하고싶은 거다 하고살 수없다.
아들이 태어나고 가장 불편한 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거다. 생각 없이 말했다가 난감한 상황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는 금세 다른 사람이 알아버린다.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 때문이다.
"그 얘기 누가 했어?"
"아빠 가요."
물도 내 마음대로 못 마신다. 우리 집은 정수기 대신 1.5리터 생수를 사서 먹는다. 총각시절부터 컵보다는 그냥 들고 입 안 대고 마시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마실수 없다.
"나도 아빠처럼 물 마실 거야."
심지어 방귀도 시원하게 못 뀐다. 그것까지 똑같이 따라 한다. 그리고 말한다. "아빠처럼 나도 방귀 뀌었어."
정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무것도 없다.
집에 있는데 너무 피곤하다. 날씨도 덥고 체력이 달린다. 아들이 낮잠 자는 틈에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숨겨놓은 초콜릿을 꺼내 물었다. 보면 먹으려고 달려들기에 초콜릿과 과자는 숨겨놓고 몰래 먹고 있다.
한참 맛있게 당 보충을 하고 있는데 아들 방이 스르륵 열리더니 수현이가 나온다. 먹던 초콜릿을 잽싸게 서랍 속에 숨겼다. '분명 못 봤겠지?'
"아빠 뭐 먹었어?"
"아니 아무것도 안 먹었어."
"아빠 그거 뭐야?"
그러면서 서랍 속을 열어 초콜릿을 꺼내 든다.
"수현아! 이건 조금 더 커야 먹을 수 있어."
그러면서 뺏으려 하니까 초콜릿을 들고 도망간다.
"먹으면 안 돼."
"아빠 내가 이거 아빠 먹여 주고 싶어요. 아~~~ 해봐요."
난 알고 있다. 본인이 먹고 싶어서 그런다는 것을.....
"아빠 아~ 해봐요~~~"
"아빠 이제 그만 먹을래."
먹고는 싶고 안 되는 걸 알고.... 그러더니 이번에는 "냄새 한번 맡아봐야지 "하며 초콜릿을 들고 킁킁거린다. "수현아 먹으면 안 돼"
"냄새만 맡을 거야."
"먹으면 안 돼"
"냄새 맡으며 춤만 출거야."
그러면서 초콜릿을 들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초콜릿 댄스 인가? 그 모습이 하도 귀엽고 웃겨서 하마터면 초콜릿을 먹으라고 할 뻔했다.
"수현아! 어렸을 때는 우유밖에 못 먹었지? 그런데 조금 크니까 요구르트 과자도 먹고 , 수박도 먹고, 먹을 수 있는 게 많아졌잖아. 우리 수현이가 하준 (수현 사촌) 형만큼 크면 초콜릿도 먹을 수 있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
장한 내 아들.... 초콜릿이 얼마나 먹고 싶으면 초콜릿 냄새 맡으며 초콜릿 들고 춤을 출까......
세상 모든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다.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있다. 어린 아들에게 배운다. 늙은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