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육아를 하는 나는 힘들다. 체력 왕성한 아들과 놀고 있는 나는 힘들다. 목욕시키기 힘들다. 씽씽이를 버리고 달려가는 아들을 따라가는 나는 힘들다. 씽씽이 들고 늙은 체력으로 무더위에 뛰려니 나는 힘들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힘든 사람이 있다. 사실 나는 힘든 것도 아니다. 바로 나의 아내, 아기 엄마다. 그녀의 직업은 치과의사다. 그런데 지금은 아기 엄마다. 우리 아들이 태어나고 30개월 동안 그녀의 직업은 오직 아기 엄마다. 치대를 졸업하고 인턴, 레지던트 생활을 거치며 밤잠 안 자고 공부했다. 그런데 본인의 직업 대신 아기 기저귀를 갈고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한다. 체력 왕성한 아들 덕에 다이어트가 필요 없다. 사실 그녀도 처음엔 출산 후 바로 병원에 출근하려고 했었다.
아이가 처음인 우리 부부를 돕기 위해 산후도우미를 고용했다. 기저귀 가는 법 , 이유식 먹이는 법 , 목욕시키는 법을 가르쳐도 주고 돌봐주셨다. 그리고 베이비 시터가 우리 부부를 도와줬다. 우리 아들을 잘 돌봐주시는 분이었기에 적응시키고 나면 아내도 다시 일을 하려고 했다.
드디어 우리 아들과 잘 놀아주는 베이비 시터가 있었기에 아내는 복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우리 부부는 외출하였다.
"우리 아들 뭐하나?" cctv로 우리 수현이를 보게 되었다. 바운스에 가만히 홀로 앉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 멍하니...
"아줌마는 어디 가셨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나의 아들이 평소에 이렇게 있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우리 부부가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아기랑 잘 놀아주셨는데.... 내가 없으면 이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렸다. '한 번 뿐이겠지?' 억지로 생각했다.
다음날도 CCTV를 보았다. 이번에도 우리 수현이는 홀로 바운스에 앉아있다. 군대 시절 선임 앞에서 가만히 팔 뻗고 앉아있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중간중간 전화기를 들고 지나가는 베이비시터의 모습에 화가 났다. 내 아들은 그냥 가만히 멍하니 그렇게 앉아있다. 그 모습을 나만 본 게 아니었다. 아내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여보! 아기는 부모가 돌봐야 하나 봐." 그 말을 했지만 아내에게 미안했다. 그렇게 아내는 복직을 또 미뤘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또 1년이 흘렀다.
"여보! 그동안 고생했어. 이제 수현이 많이 컸으니 어린이집 보낼까?"
"싫어요."
"어? 왜?"
"제가 36개월까지는 키우고 싶어요. 아기의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해요. 그리고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가장 중요한 시기예요."
그렇다. 아내는 아기에 관해 책과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낮잠도 없고 밤잠도 없는 아들 덕에 항상 수면 부족이고 , 체력 방전이지만 아들을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부탁이 있어요. 수현이 있을 때는 휴대폰 하지 말아 주세요. 수현이가 얘기하면 대답 잘해주세요. 책 읽어주세요. 많이 놀아주세요. 목욕시켜주세요."
그게 나의 임무였다. 그 외에는 모두 아내의 몫이다. 어린이 집도 보내지 않고 전자기기도 보여주지 않고 아들과 둘이서 하루 종일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직업도 포기하고 오늘도 나의 아들과 씨름 중이다. 하루에 몇 시간 아들과 노는 나도 이렇게 힘든데 그 외의 모든 시간을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아내는 얼마나 힘이 들까?
그런데 나는 아들은 나 혼자 다 보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아들과의 사진을 올린다. 나는 쇼윈도 아빠다.
오늘은 1시간 일찍 퇴근해서 힘든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