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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스 홍 Mar 16. 2024

케세라세라

Que Sera Sera

나는 집순이입니다. 집순이 자가 테스트 항목에 올 체크를 할 만큼 완벽한 집순이지요. 모두의 발이 묶였던 코로나 시기에도 읽을거리만 있다면 집에 콕 박혀 있는 것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이런 집순이에게 딱 어울리고 좀처럼 변화를 꺼려하지만 마음은 늘 엉뚱한 상상으로 몽글몽글한 몽상가를 위한 그림책 <키오스크/ 아네테 멜레세 글. 그림/ 미래아이>를 소개합니다.


그림책 <키오스크>는 작은 가판대 ‘키오스크’에 붙박여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던 올가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키오스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터치스크린 무인 단말기가 아니라 이슬람 건축에서 원형 정자를 일컫는 말로 유럽에서는 거리의 가판대나 소형 매점을 의미합니다.)

올가는 신문이나 잡지, 복권을 파는 아주 작은 가판대 ‘키오스크’에 살고 있습니다.

올가는 달팽이 집 같은 키오스크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지요.

올가는 매우 친절하고 단골손님들의 취향과 특징을 잘 알고 있지요.

올가는 저녁이 되어 일이 끝나면 여행 잡지를 읽고 

가끔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을 때면 황홀한 석양이 물든 바다를 꿈꾸다 잠들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과자를 훔치려는 남자애 둘을 잡으려다 올가의 키오스크가 뒤집혔어요. 올가는 일어서려고 애쓰다 자신을 둘러싼 키오스크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잠깐 산책을 하기로 하지요. 물론 키오스크를 살짝 든 채로요. 막 다리 위를 건너는데 람보라 불리는 희한한 개를 항상 데리고 다니던 단골손님과 만나고 그만 람보의 목줄에 걸려 다리 아래 강으로 떨어졌습니다.

어머나! 올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올가는 강물을 따라 흘러 흘러 사흘을 둥둥 떠다니다 바닷가로 밀려왔답니다.

올가는 강을 따라 내려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림을 보면 올가의 표정은 두려움 없이 편안하고 무슨 상상을 하는지 즐거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제 올가는 황홀한 석양이 펼쳐진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살아요. 날마다 여행 잡지에서 보던 그 바다를 직접 보고 느끼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올가는 바닷가에서 누굴 만났을까요?

저런...! 희한한 개 람보를 또 만났네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곳곳에 작가의 장난 끼가 넘실거립니다.

<키오스크>는 우연한 작은 사고가 오히려 큰 행운을 가져오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작가 아네테 멜레세는 1983년 라트비아 출생으로 예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그림책 <키오스크>로 2021년 피터 팬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2023년 10월에는 한국에 방문하여 독자들과 만나고 아직 생소한 유럽의 작은 나라 라트비아를 알리는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신간도서로 <스텔라의 도둑맞은 잠> <완두콩이 데굴데굴>이 있습니다.  

올가의 이야기는 반복되고 안온한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계로 탈출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달콤한 상상과 꿀맛 같은 휴식을 전합니다.

그림책 표지는 매우 독특하고 입체적으로 디자인되어 키오스크 안에서 올가가 불쑥 독자에게 말을 거는 것 같습니다.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 당신의 은신처 당신의 키오스크는 무엇인가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도 있고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도 있습니다.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가끔은 기적 같은 행운이 슬쩍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그때 올가처럼 힘을 빼고 흐르는 물에 몸을 맡겨보세요.   그렇게 애를 써도 다을 수 없던 일들이 어쩌면 저절로 눈앞에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자료사진은 그림책 <키오스크/ 아네테 멜레세 글 그림/ 김서정 옮김/ 미래아이>

*작가사진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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