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행일기 시즌4-10. 따스한 정원
따스한 정원
연이는 어둠의 일렁임을 바라보며 가방을 더듬기 시작했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지금은 같은 날만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연이는 모든 손가락의 감각을 실어 찬찬히 더듬었다.
이상한 나라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우연히 얻게 된 피젯 스피너, 퉁퉁이 괴물을 물리치는데 마음의 정화를 알게 해 준 고마운 물건이었다. 빨간색, 파란색, 녹색 이렇게 삼색볼펜과 샤프가 결합된 만능펜, 코로나로 오랫동안 외부와의 단절이 있을 때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적고 또 적게 해 준 고마운 펜. 이상한 나라의 시간은 연이가 살던 세계의 시간은 달랐고, 그걸 알려주던 시계친구.
그리고, 안쪽으로 더 깊이 더듬자 잡힌 작은 물건. 열쇠고리와 함께 있던 그 자그마한 것. 연이는 그것을 가방에서 끄집어 내어 손바닥에 살짝 올려놨다. 어둠 속에서 그것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이상한 나라에 처음 왔을 때 도로시가 연이에게 주었던 것. 이 세계에서 연이 자신과 따스한 마음을 잃지 말라고 주었던 자그마한 그것이 연이의 손에 있었다.
손바닥을 쳐다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저 손에 있다는 감각만 있을 뿐이었다. 그걸 살며시 주먹을 지어 잡았다. 조금씩 따스한 기운이 손에 닿았다. 그리고 주먹 쥔 손 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연이가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따스한 그 빛이었다. 그 빛으로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일렁이던 어둠 뒤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허수아비의 지혜, 양철나무꾼의 뜨거운 열정, 겁쟁이사자의 용기, 그리고 연이 곁에 늘 있었던 도로시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연이는 가방을 둘러메고 일렁이는 어둠 속을 응시했다. 그 뒤편에 있는 연이의 친구들과 도로시를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갔다.
어둠 속 뒤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어둠 그 자체였다.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연이는 알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지혜와 열정과 용기와 따스함이 가득하다는 것을.
사라졌던 그들을 만나기 위한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반드시 친구들과 도로시를 만나기 위해 연이는 묵묵히 오늘도 이상한 나라의 미션들을 수행하기 위해 걸어가려고 한다.
P.S. 연이는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4(연이의 시련)편을 집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4의 첫 글이 2023년 11월이고 10편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시즌 4가 과연 완성이 될지 못할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이들을 응원합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4"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시즌 3(연이의 기억) 달리 시즌 4(연이의 시련)는 연이가 겪는 마음의 시련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