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인 한유화 Aug 08. 2023

영화 <코코>가 보여주는 가족주의, 혼삶은 어쩌지?

'기억되는 것'을 인생의 가치로 두는 순간, 우리는 나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인생 애니메이션’으로 꼽기도 하는 픽사(PIXAR)의 작품인 <코코>. 멕시코에 사는 12살 소년이 조상들의 기억을 따라가며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멕시코의 명절인 '죽은 자의 날(The Day of the Dead)'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진한 감귤색 같은 빛의 ‘메리골드(marigold)’ 꽃과 촛불이 가득한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낭만적인 음악까지 더해져 많은 이들에게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나 역시 극장을 나설 때까지 감동이 가시질 않아서 한참을 생각에 빠져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애니메이션이 우리를 매혹하는 핵심 가치가 사실은 놀랍도록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멕시코의 가족주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Remember Me(기억해 줘)’라는 제목의 배경음악에서도 드러내고 있듯, ‘기억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나의 주제로 삼고 있다. 작품 속에서는 서로를 기억해 내는 것을 기반으로 가족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런 가족주의를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자칫 날이 선 질문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억되지 않는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기억되는 것'을 인생의 가치로 두는 순간, 우리는 나뉜다.

내가 죽은 뒤에도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지만, 이것을 삶의 의미이자 지표로 삼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전통적인 가족 형태 안에서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후를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사람들은 근심을 덜겠지만, 나를 기억해 줄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조급해진다. 기억에 남을 만한 성취나 업적,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방향성을 갖게 되기도 한다.


'혼자가 곧 가족'인 1인 가정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1인 가정은  배우자도 자식도 없다. 반드시 나를 기억해 줄 만한 대체 가족을 꾸려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제자나 조카를 후손으로 삼아 양성해야 하는가? 가족이 없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이나, 가족으로부터 벗어난 삶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많은 경우에 경제적, 사회적으로 약자의 상황에 놓인 채 살아온 이들은 소위 ‘기억될 능력이 없는 관계적 약자’이기도 하다. <코코>의 설정대로라면 이들은 죽어서조차 약자가 된다.


단편영화 <잊혀진 코코>는 이런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단편영화를 해외 현지 올로케로 찍게 될 줄이야.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 명절 풍경을 비롯한 현지의 매력적인 모습들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실제로 멕시코의 혼삶들을 만나보는 인터뷰도 병행할 계획인데 답을 정해놓고 파고드는 식이 되지 않게 하려면 여러 요소들을 다각도로 공부하면서 접근하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 진행 중이고, 오늘(8.8)부터 텀블벅 펀딩을 시작한다. 펀딩 참여한 관객 대상으로만 무삭제 감독판을 풀버전으로 관람할 수 있게 제공할 계획인데 과연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 10월에 촬영해서 후반작업까지 마치면 11월 중에 내어 보일 수 있을 걸로 기대하고 있다.


단편영화 <잊혀진 코코> 예매 링크 (펀딩 진행 중)






혼삶에게 가족이란,

<코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인 소년과 그의 할머니 코코를 둘러싼 가족 관계에 집중하지만 실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와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는 다양성과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인공이 영화 속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주변 인연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가족의 개념이 단순한 혈연의 관계가 아닌,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라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가족주의가 강조되는 문화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나 다양한 가족 모델을 선택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의 깊은 연결을 통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려 노력하며,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적 관습에 도전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삶의 형태에 대해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고 자신만의 가족을 형성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데, 이는 가족의 형태와 의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가족과 개인, 전통과 현대, 기억과 의미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코코>. 가족과 연결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가치와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메시지 또한 담고 있다. <코코>는 이러한 양면성을 통해 우리가 다양한 관점과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게 만든다. 내게 더욱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단편영화 <잊혀진 코코>는 또 어떤 이야기와 결말로 완성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00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