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함께일 때도 더 잘 지낸다.
혼자 사는 삶과 관계를 맺는 삶은 종종 상반된 개념으로 여겨지곤 한다. 1인 가구의 삶은 개인주의와 자립적인 삶을, 반면 결혼을 통한 다인 가족은 공동체주의와 상호 의존적인 삶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생각은 ‘혼자 살고 싶다’거나 ‘결혼해서 함께 살고 싶다’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다뤄지는 경향을 낳았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런가?
실제로 최근 <KB 경영연구소>의 2024년 조사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할수록 향후 결혼에 대한 의향도 높다는데? 특히 20·30대 청년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1인 생활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1인 가구의 57.6%가 향후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1인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1인 가구는 62.2%가 결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1인 생활 만족도가 높을수록 결혼하기보다는 혼자 살기를 원할 것이다’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1인 가구가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할수록, 장기적으로는 1인 가구의 비중을 낮추고 다인 가구를 늘리는 것에 기여할 수도 있다니. 1인 가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지 않은가?
“그렇게 오래 혼자 살면 결혼해서 누구한테 맞춰 살기 어려울 텐데,” 소위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도록 혼삶을 계속해 온 1인 가구가 종종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1인 가구를 넘어서 ‘1인 가정’으로서 자신의 삶을 잘 돌봐온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혼자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깊어지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큰 유연성과 배려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지낸 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자아가 확립되고,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돌보는 능력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자칫 고립을 정당화하는 틀이 될 수 있다. 오히려 특히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자신만의 기준과 방식에 갇히기 쉬워지며, 타인의 감정이나 요구에 대해 더 둔감해질 수도 있다.
혼자 살면서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좁은 세상에 갇혀 자기 편향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세상에 대한 경험이 제한적이고, 다양한 관계를 맺거나 타인의 시각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로 인해, 결국 ‘혼자 사는 시간’이 독립적인 삶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고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오히려 감정적으로 더욱 의존적이고, 서로 다른 의견을 수용하기 어려운 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혼자도, 함께도 잘 지내는 사람들의 특징은?
1. 자기 이해와 감정 관리 능력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른 사람은, 자신에게 감정적인 돌발 상황이 일어났을 때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내 감정을 대신 해결해 달라는 식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2.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공동생활에서 중요한 점은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다. 혼삶을 잘 돌봐온 사람이라면, 자신이 배려받고 싶은 만큼 타인의 필요나 취향에 대해 섬세하게 배려할 수 있다.
3. 독립적인 태도 vs 건강한 의존의 균형
‘자기만의 시간’의 중요성을 알고 존중하되,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서로 토닥이고 배우고 성장하는 ‘건강한 의존’을 할 줄 안다. 서로의 공간과 개성도 존중할 수 있어 함께 살아도 충돌할 부담이 적어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혼자 사는 시간’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혼자 지내며 자아를 확립하고, 자립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은, 결혼 후에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준비가 되어 있기에 오히려 자신 있게 결혼을 꿈꾸기도 하는 것 아닐까.
혼자 사는 것은 고립이 아니라, 자립의 과정이다.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혼삶에서 쌓은 기반으로 누군가와 함께할 때도 유연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자, 혼삶들이여, 혼자 너무 잘 지내다 보면 평생 혼자 살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