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리아주
쌀쌀해진 바람과 함께 굴의 계절이 왔다. 장터에 나가보니 자연산 참굴밖에 없었다. 자연산은 맛이 진한 반면 굵기가 일정치 않고 자잘한 편이라 통통한 양식굴이나 석화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장터의 맛이니까. 아침에 막 따온 거라고 너스레를 떨며 한줌 더 담아주는 인심 또한 장터의 맛! 만원어치 행복을 안고 집으로 쫑쫑쫑~ 돌아와서 소금물에 살살살 씻는데 양이 꽤 많았다.
피렌체에서 먹던 오이스터도 그립고 마드리드 시장에서 봤던 타파스도 생각나고 무엇보다 와인과 어울리도록 올해 첫 굴은 색다르게 즐기기로 했다.
1. 생굴과 미뇨네트 소스
생굴하면 초고추장이나 간장양념이 먼저 떠오르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미뇨네트 소스를 곁들인다. 석화보다 크고 짭짤한 바다내음을 품고 있어서인지 레몬만 뿌려 먹기도 하지만 레드와인식초가 굴의 풍미를 한층 높여준다.
미뇨네트 소스 레시피
레몬 1T, 레드와인식초 3T, 샬롯 (또는 양파) 다짐 적당량, 소금, 후추 약간
레드와인식초는 현미식초나 발사믹보다 신맛이 강하고 기분 좋은 떫은 맛과 깊이가 있어서 샐러드나 샌드위치 소스로도 많이 활용한다.
생굴에는 시원하게 칠링한 샴페인이나 리슬링 와인이 어울린다.
2. 굴전
전을 부칠 때는 알이 굵은 양식굴이 편하지만 자연산 참굴을 산 터라… 굴에 레몬을 뿌려놓고 부침가루나 밀가루 대신 전분을 묻힌다. 그래야 덜 눅눅해진다고 한다. 계란물에는 참기름과 소금, 후추를 한꼬집정도 뿌리고 취향에 따라 홍고추, 청량고추, 당근, 쪽파 등을 다져 넣는다. 너무 많이 넣으면 굴맛을 가리니 색감을 내는 정도가 좋다. 먹기 직전에 레몬을 뿌려 신선한 향미를 더한다.
와인은 시트러스한 샤르도네는 물론 부드러운 피노누아도 잘 어울린다.
3. 굴 알하이요
감바스에 새우 대산 굴을 넣다고 생각하면 된다. 올리브오일에 편마늘을 익히다가 페페론치노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춘다. 스페인에서 바게트 위에 절인 생선이나 엔초비 등을 올린 해산물 타파스가 유명한데 이 또한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는 굴의 감칠맛 덕분인지 감바스보다 훨씬 맛있었다. 토마토, 브로콜리, 버섯, 파프리카 등을 넣기도 하는데 나도 색감을 위해 토마토를 넣고 바게트를 곁들였다. 파스타를 버무려도 괜찮을 듯!
식사 대용으로도 좋고 크림치즈나 살라미, 초리조와 함께 이탈리안 키안티부터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까지 바디감 있는 레드와인과 어울린다. 강추!!
만원으로 훌륭한 만찬이었다.
굴!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