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마리아주
봄이 뒷걸음쳤는지 다시 추워졌다. 눈발도 제법 거셌다. 남쪽으로 여행을 준비하며 따뜻할 거라는 기대는 무너졌지만 어차피 드라이브 하는 거니까. 그렇게 정신승리를 하며 계획을 수정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식도락 여행이 돼버렸다. 다행히 목포에는 발길 닿는 곳마다 맛있는 것들로 넘쳐났다.
1. 떡갈비 + 떡갈비탕 (성식당 2호점)
호텔이 시내와 떨어져 있어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성식당 본점이 떡갈비로 유명한 맛집이었으나 성식당 2호점을 택한 것은 일단 1인분이 가능하고 본점에는 없는 떡갈비탕도 있고 브레이크 타임이 없다는 것이 편했다. (본점은 예약이 필수이며 떡갈비는 2인분부터 가능하다) 바로 옆에 붙어있고 본점 사장의 누님이 하는 곳이니 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떡갈비는 불맛이 좋았고 떡갈비탕은 슴슴하면서도 희한하게 간이 맞고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어서 좋았다. 라파벨리 와인과도 어울릴 것 같은 느낌다운 느낌도 들었다.
2. 삼치회 (자유시장, 한샘이네)
해남으로 건너가 윤선도 유적지를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자유시장에 들러 삼치회를 포장했다. 해남까지 갔으니 TV에 나온 바다동산에 갈 예정이었으나 장시간 운전에 지친 신랑과 해넘이 시간이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자유시장 안에 있는 한샘이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3만원에 삼치회와 삼치구이, 돌김까지 푸짐하게 싸주셔서 둘이서 배 부르게 먹었다.
독일 시슬링 와인과 함께 돌김에 묵은지를 깔고 삼치회와 양념장을 얹혀 먹으니 입안에서 눈처럼 녹으며… 정말 꿀맛이었다! 침치와 비슷하지만 훨씬 덤백하다고 할까? 신랑은 삼치구이에 감탄했고 해가 저무는 바닷가를 바라보며 눈과 코, 입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삼치회는 내 마음에 원픽~!!
3. 소낙탕탕이 (항구포차, 목포는 연희다)
다음 날, 육회도 좋아하고 낙지탕탕이도 좋아하는 내가 가장 기대했던 소낙탕탕이! 역시나 맛있다! 이것도 돌김에 싸먹으라고 했는데 난 그냥 먹는 게 더 맛있더라~ 항구의 낭만을 느끼기엔 너무 추웠으나 찬바람 맞으며 찬소주에 해물라면을 곁들여서 한 그릇 뚝딱했다. 운전 때문에 침을 꼴깍꼴깍 삼키던 신랑을 배려해서 소주잔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서울에서는 파는 곳이 귀하지만 집에서라도 육회에 낙지탕탕이, 여유 있으면 전복회까지 꼭 섞어먹기로!! 탕탕탕!!!
4. 준치초무참 vs 병어초무침 (선경준치횟잡)
썩어도 준치!!! 선경준치횟집은 가성비 훌륭한 현지인 맛집이다. 1인분 포장이 가능해서 준치초무침과 병어초무침 각각 1인분씩 포장했는데 8천원에 비해 그 양도 푸짐했다. 조금씩 덜어서 한샘이네에서 준 돌김과 묵은지도 함께 차리니 또 한상이 되었다. 밥도 싸달라고 하고 비벼먹을 그릇까지 부탁했더니 큼지막한 걸로 싸주셨다. 여름이었으면 병어회와 병어조림도 먹었을 텐데… 처음으로 소식을 원하는 내 위장이 아쉬웠다. 이번에도 레드와인보다 리슬링이 어울렸다. 겨울에도 시원하고 상큼한 와인이 더 좋다는! 물론 음식에 어울려야겠지만 말이다.
바닷기 풍경과 분위기도 좋은 마리아주였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여행도 조금씩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