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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sancheckza Nov 13. 2022

도시와 흑백사진

그 깊고 우아한 세계

예술작품을 이루는 '내용'과 '형식'이라는 틀은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다. 글을 공부하거나 마케팅을 공부할 때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건 '무엇을 말할 것인가' (what to say) 그리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how to say) 였다.


사진에서 형식이란 건 여러 측면에서 따져볼 수 있지만, 흑백인지 컬러인지 또한 하나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사진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피드를 보면 흑백사진도 있고, 컬러사진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OOO_bnw' 식으로 흑백사진 계정만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흑백사진을 찍을까? 흑백사진은 무엇이 좋을까? 이번 포스팅이 '흑백사진개론'은 아니다. 다만 내가 각별히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조합 즉, '도시, 흑백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Sejong-daero, Seoul | 2022. 11. 12. | Taehwan Kim
사진 감상 추천 플레이리스트
www.youtube.com/watch?v=YF1eYbfbH5k

도시,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는 고층 건물과 수많은 인파, 다양한 문화가 숨 쉬는 곳이다. 평소 도시를 거닐며 흑백사진을 자주 찍는데, 특히 음영과 형태가 집중된 표현을 하고 싶을 때 흑백사진을 찍는다. 위 사진처럼 빌딩 숲도 주된 피사체 중 하나이며, 인물의 실루엣을 찍을 때도 흑백사진을 선호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Namdaemun | 2022. 11. 12. | Taehwan Kim

사진 표현에 무게감을 더할 때도 흑백사진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흔히들 잘 찍힌 흑백사진을 놓고 "오~ 분위기 있는데." 말하는 이유는, 흑백 사진이 피사체와 장면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눈에 거슬리는 색이 있다거나, 장면 내 색들이 서로 조화롭지 못할 때도 흑백 사진은 (역설적으로) 사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Sejong-daero | 2022. 11. 12. | Taehwan Kim

음영 표현에 유리한 흑백사진은 부각하는 특징이 매력적이다. 위 사진은, 집회를 준비하는 시간에 인근을 지나다 발견한 풍선을 찍은 것이다. 풍선에 해가 비치고 있는 순간이므로, 흑백사진으로 찍을 경우에 '백'이 부각된다. 만약 컬러 사진이었다면, 시선을 사로잡는 샛노란 단풍이나 다양한 빌딩 컬러로 인해 풍선을 부각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Eulji-ro | 2022. 11. 12. | Taehwan Kim

형태와 곡선, 기하학적 표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도시를 거닐며 흑백사진 찍기가 더 즐거울 것이다. 도시를 걷다 보면, 다양한 조형물과 예술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또한 길거리 사진가들이 오랜 시간 동안 애정해 온 흑백사진 피사체라고 할 수 있다.

Hwigyeong-ro | 2022. 11. 08. | Taehwan Kim

서울 상공을 이루는 익숙한 풍경 중 하나는 크레인이다. 평소 크레인 사진을 많이 찍고 있는데, 크레인이 자아내는 기하학적 분위기와 주변 지형지물들과의 조화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 사진은 새들이 높이 솟은 가로등 위에 앉아 있는데, 찍을 당시에는 새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사진이다. 조금 더 대비 값이 높았다면 실루엣처럼 보였겠지만, 하늘과 새의 형태와 특징을 남기고 싶어 플랫하게 작업했다.

Eulji-ro | 2022. 10. 25. | Taehwan Kim

도시 건축물, 조형물, 산란하는 빛이 만난다면 '결정적 순간'이다. 물론 컬러사진의 경우에도 매력적인 장면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빛과 조형물에 집중시키는 것이 촬영자의 목적이라고 했을 때, 컬러 사진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아져 보정 단계에서 컨트롤해야 할 요소들이 늘어난다.

Hangang-daero | 2022. 11. 09. | Taehwan Kim

이 포스팅의 부제목에 다음과 같이 썼다. '그 깊고 우아한 세계.' 흑백사진은 기본적으로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그건 수트 차림의 세련됨을 닮았다. 수트도 아주 타이트하게 입는 사람, 딱 맞는 핏으로 입는 사람, 와이드하게 입는 사람이 있는데 그건 흑백사진의 대비 값과 닮아있다고 느낀다. 대비 값이 높으면 강하고 확실한 인상을 준다. 대비 값이 낮으면 편안하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Eulji-ro | 2022. 10. 25. | Taehwan Kim
Eulji-ro | 2022. 10. 25. | Taehwan Kim

빛이 들고 나는 순간에 흑백사진은 기품을 더해준다. 이 사진들은 흑백이기에 빛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컬러사진이었다면, 너무 익숙하거나 흔한 장면으로 인지되어 눈길이 다시 가지 않는 사진이 될 수도 있다.

Chungmuro-1Ga | 2022. 10. 25. | Taehwan Kim

조형물, 인물의 실루엣, 건물을 비추는 해. 이런 순간엔 주저 없이 흑백사진을 찍는다. 흑백 사진가들은 빛이 노는 방식을 따라 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ulji-ro | 2022. 05. 10. | Taehwan Kim

색이 지나치게 많을 것이 분명한 이런 장면은 흑백사진으로 담았을 때 더욱 명료한 표현이 가능해진다. 오래된 사물이나 거리를 무조건 '흑백화'하는 습관은 지양해야 하지만, 이 장면의 경우 인물들의 착장이 블랙&화이트였고, 무리 사이로 빛이 내리쬐는 장면이었기에 흑백사진이 더욱 유리한 측면이 많았다.

Dasan Seonggwak-gil | 2022. 05. 17. | Taehwan Kim

도시 사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도시의 동물들이다. 동물 사진의 탁월함은 8할이 눈빛과 자세에 달려있다. 성곽길에서 만난 이 고양이는 털 색깔이 흑과 백이었는데, 꼿꼿한 자세와 또렷한 눈빛으로 흑백사진을 만나 더욱 근사해졌다. 꼬리가 정말 길고 멋지다.

Taepyeong-ro | 2022. 11. 12. | Taehwan Kim
Dongja-dong | 2022. 11. 09. | Taehwan Kim

종종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도시. 흑백 사진과 함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 이 '깊고 우아한 세계'를 만나보자. 산책과 카메라면 족하다. 도시를 거니는 일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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