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 Aug 12. 2021

화를 참거나 푸는 방법

네가 풀어줘

아이들끼리 싸움이 붙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은 싸우는 애들보다 말리는 아이와 고자질하는 아이들 때문에 더 소란스럽습니다. 싸움이 한참 전에 상황 종료되었어도 목격자들 모두가 한 마디씩 진술을 해야 진정으로 싸움의 승패가 나뉩니다.  


싸움의 원인은 한쪽에서 먼저 화를 냈거나 시비를 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먼저 화를 낸 쪽은 화를 낸 이유가 있겠지요. 요즘의 아이들은 자기표현과 자기주장이 강해서 양보나 이해보다는 즉각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말싸움이 행동으로 번지기도 하지요. 


이럴 때 서양의 어른들은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서 판단을 내려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칭찬할 점은 칭찬하고 꾸중할 부분은 가려서 엄격하게 꾸짖는다고 합니다. 인도의 어른들은 둘 다 혼낸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어른들은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는 황희 정승의 심판을 내리는 쪽이 잘 판결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1학년은 아무래도 인도의 방식을 따라야 할 것 같습니다. 시시비비는 이미 목격자 아이들의 진술로 판가름되었으니 둘 다 야단을 칩니다. 한쪽은 시비를 걸었으니 혼나고, 또 한쪽은 화를 못 참았으니 혼나는 겁니다. 그리고 황희 정승처럼 싸움 오래 끌지 않고 금방 끝낸 것에 칭찬을 합니다. 화해를 잘해야 2차전으로 가지 않으니까요. 언제든 싸울 수는 있지만 화해는 싸움 후에 딱 1번, 완벽하게 해야 앙금이 남지 않거든요. 그리고 전체 아이들을 통하여 화를 참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얘들아, 화가 나면 어떻게 화를 가라앉히는 게 좋을까?"


1학년 아이들의 대답

"화가 나면 화를 내요."

"화가 나면 싸워요. 그리고 화를 풀어요."

"화가 나지 않을 때까지 울어버려요."

어쩐지 대답이 산으로 갑니다. 그러더니 한 아이의 대답이 번개처럼 뇌리에 박힙니다.


“너 때문에 화가 났다고 얘기하고 화를 풀어달라고 해요.”


혼자서만 화를 참고 혼자 삭힐 게 아니라 화를 제공한 원인자에게 책임지라고 하는 방법. 아, 그게 있었군요.


예전에 3학년 아이들이 알려준 화를 참는 방법보다 더 명확합니다.

- 하늘 보고 열까지 세기

- 상대방 대신 인형 때려주기

- 혼자 방에 들어가서 실컷 울기

- 화가 나면 마음속으로 '진정, 진정, 진정….' 하고 외친다.

- 화장실에 들어가서 화가 풀릴 때까지 휴지를 박박 찢는다.

- 연습장에다 화나게 한 사람 이름 적어놓고 연필로 찌른다.

- 지우개를 화나게 한 사람 모양으로 만들어서 때려준다.

- 베개를 화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집어던진다.

- 엄마에게 화가 난 사람을 혼내주라고 한다.


아무래도 화를 나게 한 상대방에게 마음을 이야기하고 풀어달라는 것이 최선의 방법 같습니다. 1학년 꼬마 성자에게 또 한 가지 처세술을 배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선생님은 나만 좋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