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구두를 신은 아이들
바람이 세게 부는 날, 그런 날이면 아이들도 어김없이 호들갑을 떱니다. 아침의 교실 분위기는 기상조건과 비슷하지요. 쨍한 날에는 아이들 얼굴도 쨍하고 구름이 많은 날에는 분위기가 좀 가라앉습니다.
"바람 때문에 날아갈 뻔했어요. 우휴!"
등교하는 아이들마다 한 마디씩 하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다듬습니다. 그럼 또 먼저 온 아이들이 맞장구를 치며 나는 날아갔었다는 둥, 신발주머니를 놓쳤었다는 둥 서로서로 무사 등교한 후일담을 나누느라 아수라장입니다.
"얘들아, 바람은 어떻게 생길까?" 아이들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질문을 합니다.
"나뭇잎이 흔들려서 바람을 만들어요."
"아니에요. 태풍은 바다에서 생기니까 파도가 바람을 만드는 거예요."
"아니에요. 우리들이 숨 쉴 때마다 바람이 만들어져요. 보세요. 후우~~"
여기저기서 대답들이 튀어나옵니다.
"그래? 그런데 바람을 태양이 만든다고 하면 믿어지니?"
"왜요? 바람은 시원한 건데 뜨거운 태양이 어떻게 바람을 만들어요?"
역시 1학년답습니다. 그렇다고 육풍이니 해풍이니 설명하려면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각자 생각해보라고 하고 엉뚱한 쪽으로 다시 방향을 돌립니다.
"바람이 불면 선생님은 눈물이 나려고 그래. 누가 막 보고 싶어진단다."
"에구, 선생님도 참. 보고 싶으면 만나러 가면 되잖아요."
"그렇지? 선생님에게 바람구두가 있다면 어디든 가서 만날 수 있을 텐데... 혹시 바람구두 본 사람 있니?"
"저요!"
"저요!"
여기저기서 봤다는 소리에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바람구두가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으려다 맙니다. 곧 수업을 시작해야 하거든요.
우리 반의 기대주, 한 아이가 마침표를 찍어주는군요.
"제가 커서 바람구두 사드릴게요.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선생님."
그리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바람구두를 그립니다. 선생님한테 선물로 주겠다고 말이죠. 이 얼마나 귀한 천사들인가요. 바람구두를 신고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들이지요. 너무나 사랑스러워 눈물이 날 때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