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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Jan 04. 2024

낙하와 상실을 들었어


 건강해 보여도 방심할 수 없어.

 아무리 아파도 새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횃대에 앉아 있대. 포식자들에게 표적이 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견디는 거야. 그러다 횃대에서 떨어지면 이미 늦은 거래.

.

.

.

 -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툭 떨어져 버리는 거야.

보노보노야, 나는 작은 소리를 들었어. 이미 늦었을 때만 나는 소리말이야. 나와 너의 심장보다도 작고 가벼운 것이 완전히 늦어버렸을 때를 생각했어.


툭-. 겨우 그렇게나 작은 소리야. 말로에 남겨질 것이 겨우 그런 파동인 걸 알면 그것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미래를 알고서도 아마 오랫동안 꼿꼿하지 않을까. 나는 그에게 사실을 알려줘야 할지 고민했어. 너 어차피 죽어, 보잘것없는 소리를 내고. 그 소리는 절대 멀리 가지 못하고 없어질 거야. 그래도 살고 싶니.

아니요, 혹은 네, 하겠지. 나를 더 슬프게 만드는 쪽은 전자야. 죽지 못해 사는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견디는 쪽. 아마 그쪽의 소리가 더 공허할 것 같아서.


보노보노야, 너는 묶여있는 배가 내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니. 눈 오는 날, 사방이 고요한 때, 밧줄에 묶여있는 배를 나는 보았어. 칠흑 같은 바다에 떠있는 배가 내는 소리말이야. 질긴 밧줄이 흘러가야 하는 배의 상판에 부딪히며 내는 것과 흘러가야 하는 죽은 바닷물이 비슷한 처지인 배의 하판에 좌절되었을 때 나는 것. 탁- 탁- 하고 잘게 철썩여. 분명 그것과 닮았어. 후자의 새는 탁- 탁- 할 것이고 전자의 새는 작게 철썩일 거야.


그 앙상블을 떠올리며 끊임없이 떨어지는 짧은 생에 대해 생각해.


결국 나는 알리지 않기로 했어. 대신, 그의 밑에 모은 손을 받치고 있기로 했어.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든지 간에 낙하하는 곳이 그다지 무섭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해서. 죽은 당신을 받아줄 거대하고 따듯하고 푹신한 것이 있다는 걸 알면 상실의 순간에 덜 무섭지 않을까 해서.

남기는 소리는 덜하겠지만 그 편이 낫겠지.


그 작은 것을 받아낸 손으로 너의 등을 밤새 쓰다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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