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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구 Jan 03. 2024

문학이 아니어서 죄스러운 사람

그 말은 진실이 아니지만, 그런 말은 자꾸 하다 보면 진실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영국과 독일은 싸우게 마련이다>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전쟁의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그래서 두 나라의 쓰레기 언론이 더욱 열심히 그런 말을 반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감정에도 그런 쓰레기 언론이 있을까? 마거릿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안타깝게도 줄리 이모와 프리다가 바로 그런 표본이었다. (...) 마거릿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언론이었다. 반면에 마거릿의 아버지는 많은 결함과 독단에도 불구하고 문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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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 M. 포스터, <하워즈 엔드>




사람이 싫다.

나는 사람이 싫다. 그들이 가진 폭력성과 위선을 잘 알고 있다. 개중에 가장 역겨운 것이 입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 세상에는 입이 너무 많다. 너무 많다. 너무 많다. 너무 많다. 너무 많다. 너무 많다. 너무 많다.


축축하고 뭉툭하고 미끌거리고 유연한 그것으로 죽어나간 사람들의 시체를 보았다. 칼이 아닌 둔기가 아닌 나긋나긋한 그것으로 죽은 사람들을 보았다.


인용한 글이 슬프고 끔찍해서 울음이 났다. 문단에 매달려있는 몇 개의 얼굴들이 보여서 몇 번이나 읽었고 나는 울었다. 낭독하는 것도 죄스러워 가만히 바라보고 작게 숨을 쉬었다.


문학은 없다. 사람과 쓰레기와 살인만이 있다.


나는 사람이고

사람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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