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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Aug 28. 2023

간편한 특별식

볶아요! 뽁아 ~~~ 볶음밥

간단하게 한 끼 가볍게 먹기엔 볶음밥 만한 것도 없다. 찬밥 한 공기에 계란 한알만 있어도 쓱윽 하고 한 끼 해결에 마법 같은 신공을 부릴 수 있을 테니까. 욕심을 내고, 건강을 생각하자면, 야채의 가짓수를 늘리고, 거기에 고기 한 줌 더하면 보기에도 훌륭한 한 끼로 거듭날 수 있다.     


“엄마! 여기 좀 봐주세요?”

큰아들이 아랫입술을 뒤집어 엄마에게 보여준 속살은 가히 충격적이다. 심한 구내염을 앓고 있는 듯, 바깥쪽은 벌겋게 그 안쪽은 허옇게 홈이 파여있어 보기에도 안쓰럽게 부위가 넓다.

“다이어트 너무 심하게 한 거 아냐? 비타민 잘 챙겨 먹었어?”

    

그게 아니란다. 친구들이랑 밥 먹다가 심하게 씹었는데, 며칠 지나자 아파서 밥 먹기도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뭐가 그리 맛있었던 것이냐?


처음엔 괜찮겠지 했는데 부위의 염증이 덧나서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땐 아파서 힘들단다. 특히나 신과일의 과즙이나 매운 음식물이 거기에 닿으면 아픈 정도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단다. 병원 가랬더니, 가봐도 소용없다며 딱히 병원에서 해줄 것도 없단다. 연고라도 바르라고 갖다 줬더니, 깜짝이나 놀란다.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며 당장 버리라며 난리다. 우리 집에 이 약 바를 사람이 몇 년은 없었나 보다.


“발라도 안 죽어 인마! 아파 죽겠다며? 급한 대로 그냥 좀 발라봐!” 얼마 쓰지도 않은 새것 같은데, 녀석이 이런 것엔 유독 엄격하다. “아빠보고, 퇴근할 때 하나 사 오시라고 전화해라!”

      

그렇게 일주일 넘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아파했는데, 차츰 상처도 아물고 먹는 것도 제법 편안해졌다. 상처가 입안이다 보니, 바르는 약도 딱 그때 잠시 뿐이었다. 죽을 끓여줄까 했더니, 그건 별로라 해서 근 며칠은 먹기 편하고 상처에도 자극이 덜 될만한 음식으로 한 끼 정도는 편안하게 신경 써 주었다. 그렇게 먹었던 특별식, 간단한 한 끼 볶음밥 이야기를 해본다.

    

제일 간단한 건 계란볶음밥이다. 계란 두 알과 대파 반쪽만 있으면 준비 끝이다. 먼저 팬에 기름을 두르고 쫑쫑 썬 대파를 한주먹 넉넉히 넣어 기름을 보글보글 끓여 파향이 듬뿍 밴 파기름을 만든다. 그 달궈진 기름 위에 계란 두 알을 깨서 튀기듯이 익혀준다. 계란이 반정도 익었을 때 주걱으로 마구 저어 파와 계란이 잘 섞이도록 해준다. 그리고 불은 끈 다음 밥 한 공기 털어 넣어 계란과 밥알이 고실고실하게 섞이게 주걱으로 잘 섞어준다. 골고루 잘 섞였으면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팬에 불을 켜서 다시 밥알을 잘 저어가며 밥알의 수분을 한껏 날려 고실고실하게 마무리하면 밥알 한 알 한 알이 살아있는 맛난 볶음밥이 된다. 볶음밥의 간은 취향껏 가는소금, 맛소금, 굴소스등으로 하면 된다.

     

볶음밥이야 계란 한알만으로도, 파만 넣어도 맛있다. 하지만, 집에 남아도는 야채가 허락하는 대로 각종 야채를 잘게 다져 넣으면 시각적으로도 영양적으로도 훨씬 풍요로워진다.

양파, 당근, 감자, 고구마, 피망, 파프리카, 호박, 가지,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 느타리버섯, 표교버섯, 브로콜리까지 세상에 못 어울릴 식재료가 없다. 취향의 문제지. ㅎㅎ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자면 다진 고기,길게 채썬고기, 캔참치, 햄, 베이컨,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각종 해산물 세상에 못 어울릴 고기도 없다.  


매콤한 볶음밥 맛을 더 즐기고 싶다면 고추장 한스푼 추가하면 된다. 때론 이것저것 다 필요없이 잘 익은, 아니 너무 익어서 손이 안가는 신김치들도 훌륭한 재료가 된다.


무슨 김치냐는 문제될게 없다. 김치 국물을 꾹 짜서 잘게 다진 다음, 기름에 달달 볶아 설탕 조금만 넣으면 시큼함은 온데간데 없이 기름기 좔좔 머금은 고소함만 남으니까. 기름에 볶으면 웬만한 식재료는 모두 맛있다.

   

모든 재료를 길게 길게 채 썰어 센 불에 살짝 볶아, 굴소스로 간하고, 물기 자작하게 전분을 물에 개어 한 바퀴 휘리릭 돌려 마무리하면 일품요리 못지않은 풍미 가득한 각종 덮밥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고실고실한 볶음밥도 좋지만, 촉촉하게 부드러운 덮밥도 매력적이다.


오늘은 그간 간단하게 맵지 않게 무심하게 볶고 볶았던, 우리 아들을 위해 만들었던 음식 사진 몇 장 올리며 마무리해 본다.


이번 볶음밥은 그간 입안이 헐어 힘들었던 우리 아들의 환자식이었던 셈이다. 맛은 둘째치고, 조금은 편하게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입안에 머물러 있을 시간을 최소화하기위해 내용물도 최소로. ㅎㅎ

    

돼지고기 안심덥밥

5분 10분이면 뚝딱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다. 사실 요리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간편식이다. 손에 익고 몸에 익고 시간 따라 능숙해지다 보니, 또 음식에 대한 큰 틀이 없다 보니, 가끔은 아이들의 원성을 살 때가 있다. 여기에 왜? 이게 들어갔느냐고 말이다. ㅎㅎ 그럴 때마다 한 마디씩 한다.

“안 죽어! 그냥 먹어!”

    

그래서 가끔은 나를 돌아보게 되는 때도 있다. 음식 하는 자세가 문제가 아니라 나 편하려고 아이들의 취향을 너무 무시했던 것은 아닌가? 비단 음식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말이다.     


아이들이 크니까,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진작에 그랬어야 했거늘....


 단순 무식하게 거침없는 이 엄마의 행동과 말들이 아이들에게 무심결에 스며들어간 것만 같다. 아이들에게서 내가 아니, 우리가 보인다. 부모 안닮고 또 누굴 닮을 것인가?  되돌아보니, 철부지 엄마가 철없이 아이들을 키워왔구나 싶다.


아직도 여전히 좋은 엄마, 현명한 엄마, 엄마다운 엄마가 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욕심일까? ㅎㅎ


마음을 다잡고, 생각을 다잡고, 행동을 다 잡는다.     

항상 부족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아직도 내 안에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아이가 남아서 심통을 부리는 것만 같다.     


여하튼 군말 없이 잘 먹어줘서 고맙다. 아들아!

당분간은 볶음밥 해달란 소리 못 듣겠구나!ㅎㅎ

    

2023년 08월 28일 월요일

여전히 자라고픈 엄마를 꿈꾸는 늘봄.......몇 자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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