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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Dec 08. 2023

오늘은 밥상 대신 술상 한번 차려볼까요?ㅎㅎ

밥짓는 엄마의 소소한 일탈입니다. ㅋㅋ

살다보니, 세상은 예상대로 되는법이 없고, 원하는 바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이상과 현실은 시간이 갈수록 그 괴리가 커져만 갑니다. 왜 그러까요?


내 탓이요 하자니 너무 우울해지고, 세상 탓을 하자니, 세상이 딱히 나에게만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어보이네요.


니이가 들수록 내가 정말 잘하고자 했던 일들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잘하고자 꿈조차 꾸지 않았던 일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잘한다는 칭찬이 쏟아집니다. 기분이 그닥 좋지가 않네요. 왜 일까요? 칭찬은 무조건 좋은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주변에서 저보고 음식을 잘한다네요. 요리를 잘하고 싶은 생각도, 관심도 전혀 없었던 내가 어쩌다 그렇게 됐을까요? 생각해보니, 세월이 그렇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20여년 우리집 주방을 지키며 묵묵히 되든 안되 꾸준히 해 왔더니, 그런 순간이 온 것입니다.   


밥먹듯이 밥상을 만들어왔고, 잠자고 일어나면 늘 맞이하게되는 아침처럼, 숨쉬듯이 목표도 없이 주어진대로 꾸준히  음식만들기를 해왔더니, 지금은 제 삶에서 제일 잘하는 일이 되었네요. 음식점 사장님도 주방장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집 식탁위에서 맛나게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던 그 특별식 몇가지를 올려볼께요.

막걸리 한잔 생각나신다면, 제 목표는 일단 성공입니다.


자 시작해볼까요?

눈으로 즐기실 준비 되셨나요?

오늘은 눈만 즐거우시면 됩니다


그 요리비법이 궁금해지신다면, 다음에 살짝 하나씩 공개해볼까요?


찬바람이 불고, 누가 벌써 김장했다더라고 소식을 전하면 짝꿍처럼 떠오르는 식재료 있죠?

맞아요. 굴이요. 굴! 바다향 물씬 풍기는 그 상큼한 생굴 말이죠.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먹다 조금 질린다 싶으면 이렇게 매꼼한 찜이나, 전으로 만들어 먹으면 색다른 맛에 막걸리가 절로 친구가 돼죠.

콩나물과 쪽파나 대파만 있어도 손색없지만, 눈도 즐거운 색감을 위해, 당근이나 파프리카, 버섯등 냉장고속 재료가 허락하는 대로 솜씨껏 추가하면 되요. 양념비법! 그거? 별거 없어요.

촉촉하게  탱글탱글하게 매콤하게 (생굴의 변신)


굴전은 딸랑 굴만 밀가루에 굴려 계란물 입혀 고소하게 부쳐도 맛나지요. 하지만 파릇한 쪽파위에 부침가루 물에 개어 쪼르르 흩뿌리고 그 위에 생굴 알알이 욕심껏 올려보세요. 거기다 조갯살까지 얹으면 말이 필요없죠. 한쪽 노릇노릇 잘익었다 싶으면 계란 한알 톡 깨서 쫙 펼쳐주고, 재주껏 휘리릭 뒤집어서 기름 짠뜩 뿌려 튀기듯 구어내면 완벽한 굴파전 완성입니다.

 

바싹하게 부칠려다 쬐금 탔네요.ㅎㅎ

기름진 파전과 함께 굴 듬뿍 들어간 굴생채의 조합! 얼마나 깔끔하게요.

달큰한 무생채에서 바다향이 솔솔- 굴무생채


요새 굴만 제철인줄 알았는데, 꼬막이 자기도 제철 맞았다고 마트서 손짓하데요. 한팩 사와서 해캄하고, 씻고 또 씻고, 또 씻어서 알맹이만 쏙 빼서 또 깨끗하게 씻어 물기 쪽 빼 새콤달콤한 꼬막무침 해봤습니다.

아직 철이 이른지 알이 작아도 너무 작아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매콤하게 유혹하는 꼬막무침

요 녀석 갯뻘에서 자란티 어찌나 내던지 손질에 애좀 먹었습니다요. 각종 야채 채썰어 빠알간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리면, 생야채들은 상큼하게 입맛 돋우고, 꼬막 속살은 짭조름하니, 씹울수록 감칠맛 도는게 또 순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갑니다요.


이번엔 가오리찜 한번 맛보실래요?

제법 큰 가오리 한마리 사면 한끼에 다 먹기 부담스럽죠? 그럴땐 일단 손질한 가오리를 찜기에 올려 푹 찐 다음에 간장양념장을 솔솔 뿌려 담백하게 드셔 보세요.

간장양념으로 담백하게 즐기는 가오리찜

그 다음엔 요즘 달큰하게 맛든 무를 큼찍하게 썰어 바닥에 깔고 빠알간 양념을 끼얹어 자박자박하게 졸이고 또 졸여서 매콤한 가오리 조림도 해보자구요. 별미랍니다. 아이고, 이번 가오리조림은 진간장을 너무 많이 넣어서 때깔이 좀 아쉽네요. 하지만 달작지근하면서 매콤한게 제법 입맛을 당기네요.

달큰하게, 매콤하게 양념밴 가오리조림


가장 만만한 식재료. 닭고리 요리 눈으로 맛볼까요?

빠알간 고춧가루 양념이 자작하게 베어든 닭볶음탕은 실로 밥도둑이죠.

빠알간 닭볶음탕! 고추가루가 좀 부족했던가? ㅋㅋ

 빠알간 닭볶음탕 너무 먹어서 가끔은 간장양념에 담백하게 먹고 싶다면, 걱정마세요. 간장찜닭이 있잖아요. 예전에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안동찜딹. 그때는 사먹을 줄만 알았지, 세월지나 내 손으로 내가 직접 만들어먹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안해봤습니다.

달달하게, 담백하게 맛든  간장닭찜


배달앱이나 전화한통으로 해결되는 양념통닭! 아이들도 엄마 손맛에 한번 맛들이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죠. 우리집 아이들이 반한 엄마표 양념통닭! 맛좀 보실래요? 어때요? 먹음직스러워 침이 절로 고이신다구요. 네 맞아요. 그맛이예요.

담백하게 구웠어요.
특별히 건강을 생각해 마늘듬뿍 올린 양념통닭


이번엔 우리소! 한우불고기 한번 드셔보실라우?

한우야 숯불에 구워 천일염에 콕 찍어먹는 그 맛이 제일이죠! 하지만 온 가족이 허리띠 풀고 맘껏 먹기 시작하면, 아마 우리집 기둥 뿌리가 휘청 할수도. 그래서 우리집은 가끔 한우 불고기감에 야채 듬뿍 넣어 불고기 뚝배기로 즐긴답니다. 야채도 많이 먹어 좋고, 한우도 즐기고 말이죠.

한우 뚝배기 불고기

보통은 음식점 한우불고기처럼 그렇게 만들어 먹고, 가끔 음식하기 귀찮은 날은 숙주불고기로 휘리릭 10분안에 준비해서 초스피드로 즐기기도 한답니다. 숙주불고기 만들다 시간여유 부리면 숙주의 아삭한 맛 일도 없어 좀 아쉬워집니다. 이번에 제가 그랬네요. 숙주불고기 만들때 필요한 건 뭐? 네! 스피드! 맞습니다. 맞고요.

숙주불고기! 숨이 푹 죽었네요.

마지막으로 뭘 먹어볼까요?

음! 해물찜 어때요?

사실 음식점에서 떡하니 한상 차려진 해물이 들어간 찜요리 보면 입이 딱 벌어지죠? 맞아요. 이런 요리는 저도 사먹는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 해보니,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정말 고급지게 폼나는 음식이 이거드라 이겁니다. 지금은 손에 익어서 놀만큼 뚝딱 만들어낼수 있는, 제 손맛 가득 밴 해물찜 요리 몇개 선보일께요. 들어가는 주재료에 따라, 아귀찜이 되기도 하고, 대하찜이 되기도 하고, 꽃게찜이 되기도 하죠. 가끔은 오징어도 볶지않고 찜으로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낚지와 짝꿍만들어서요.

대하와 예쁘게 모양낸 오징어의 조합
싱싱한 아귀가 가득! 아귀찜

술생각이 간절해지는 비쥬얼입니다.


쓰다보니, 허기가 집니다.

쓰다보니 신이 났네요. 제가 쓴건지 제 손이 쓴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껏 제 손끝에서 만들어진 음식들이니, 오늘 이 소개도 역시 제 손끝에서 쏟아져 나오는 듯 합니다. 알게 모르게 신이 났네요. 저도 모르느 사이 제가 음식만드는 일을 좋아했나봅니다. 오잉?


제 생각과는 다르게, 하다보니 잘 하게 되고, 잘하다 보니 손에 익어 좋아하게 됐나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제 머리속이 아리송해집니다.


즐거울 일이 별로 없는 요즘입니다. 날은 차고 마음속은 허합니다. 대한민국의 앞날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도 깜깜하기만 합니다. 답답합니다.  내 배만 부르면, 이렇게 흘러가도 되는 세상일까요?


부족하지만 술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어설프지만 그간 제가 차렸던 음식상을 올려봐야겠다는 황당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오늘 유난히 한가해서 시작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어설프게라도 마무리가 되네요.


제가 차린 술안주 한상!

혹시 읽고서 막걸리가 생각나십니까?

그렇다면 저는 일단 성공입니다.

일주일이 훌쩍 갑니다. 곧 12월도 또 보내야합니다. 참 시간 잘 가네요.


시원한 막걸리 한잔으로 오늘의 피로를 푸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2023년 12월 08일 어쩌다 술상을 차리게 된.....................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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