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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Jun 20. 2024

커피 향기에 빠지다!

이젠 커피에 관심을 가질 때? ㅎㅎ


몇 번의 시도 끝에 나에게도 행운의 시간이 왔다. 시에서 운영하는 복지센터 바리스타 수업에 당첨된 것이다. 인기가 많아서 그간 몇 번 신청은 했었지만 추첨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졌었다. 매주 1회 2시간씩 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되는데, 수업료는 4만 원, 재료비 20만 원 해서 총합 24만 원의 비용이 드는 수업이다.  일주일에 한 번 카페에서 마실 맛있는 커피를 내가 직접 전문가처럼 추출해 마신다 생각하면 비용 대비 효용도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다행히 우리가 수업을 받는 복지센터도 신축이라 깨끗하고, 큰 창문 밖으론 공원 뷰가 펼쳐지는 전망 좋은 곳이라 장소가 주는 기대감도 나쁘진 않았다.


커피 전반에 대한 역사와 산지, 품종, 가공방법, 추출기계등 관련 지식을 기본으로 배우고, 실질적으론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실습 위주의 수업이다. 어설펐던 에스프레소 머신 다루는 기술이 횟수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워진다.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커피에 관심이 생기고, 좀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일어 관련 책을 찾아보게 되고, 관련 영상을 찾아보게 된다. 그저 제 맛도 모른 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카페를 찾았다면, 이제는 그 다양한 풍미와 향에 집중하며 오로시 커피 자체에 집중하고픈 어설픈 욕구가 인다.


세계 3대 프리미엄 커피가 예멘모카마타리, 하와이안코나, 자메이카블루마운틴이란 상식도 들어 배워 이번에 처음 알았다. 커피 원두도 등급이 있어 커머셜빈, 프리미엄, 스페셜티, 마이크로뢋으로 구분한다 하니, 기회가 되면 최고급, 최상급의 원두로 만든 커피도 한번 맛보고픈 소망도 가져본다.


그라인더에 잘 볶아진 원두를 갈고,

포터에 그 고운 가루를 담아 탬퍼로 꾹 눌러 다져서

에스프레소 머신의 헤더에 포터를 장착한다.

그리고 추출 버튼을 눌러 에스프레소 커피가 잔에 담길 때까지 기다린다.

크레마포함 25mm-30mm 정도가 기준 양이다.


고압으로 추출된 신선한 커피는 크레마도 풍부하고, 맛도 향도 진하다.

여기에 각설탕 한알 넣어 마시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맛본적 없는 기막힌 향과 맛의 에스프레소 한잔이 된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 수업 덕분에 에스프레소의 맛, 커피의 참맛이 무엇인지를 살짝 맛봤다. 평소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만 마시던 내가 그 진한 달콤한 맛에 취해 서너 잔을 멋모르고 들이킨 덕분에 날밤을 꼬박 지새운 참사?도 경험했다. 불면의 밤은 오랜만에 나를 각성의 세계로 인도하기도 했다. 그 각설탕만 아니었어도......

 그리 냉큼 냉큼 받아마시지 못했을 것이다.


오감이 상당히 무딘 나로서는 커피의 맛보다, 커피를 마시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에 더 집중하느라 그 맛을 잘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직접 만들고, 마시고 그 느낌을 서로 나누다 보니, 새삼스레 나의 무딘 후각과 미각이 좀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느끼고, 또 느끼는 만큼 그 깊이도 깊어질 거란 생각에 머물자 커피 한잔에서도 얼마나 다양한 맛과 향을 느끼며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해질 수 있는지..... 그 세계가 더욱 궁금해졌다.


2급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이 목표인 수업이었던지라 마지막엔 눈감고도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손놀림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제법 커피 맛만 보고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설픈 품평도 가능할 만큼 감각도 많이 늘었다.


필기시험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고, 실기 시험도 제법 능숙하게 치렀다.


10분 안에 에스프레소 2잔, 카푸치노 2잔을 완성해 시험관님께 제공하는 실기 시험은 제법 손끝이 떨릴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풍부한 우유 거품으로 카푸치노잔 중앙에 예쁜 하트를 제법 폼나게 띄워 올리고 나 스스로도 뿌듯했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예쁜 카푸치노 두 잔을 시험관님께 대접했다.


합격!

자격증을 받고 우리 동네 자그만 카페에 일할자리 없나 고개 돌려봤더니..... 안타깝게도 이 나이엔 창업만이 답이다. 연습 삼아 봉사라도 할 자세였건만! 나이 제한에서 턱 하니 걸린다.


이번 수업을 통해 커피에 대한 상식을 조금 갖게 되고, 업소용 고압 에스프레소 머신을 제법 능숙하게 다루게 되면서 작은 꿈이 하나 생겼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제법 흰머리 휘날리며, 커피 향 같은 멋을 은은히 뽐내고 있는 시니어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맛난 동네 커피집. ㅎㅎ


하는 김에 욕심을 내서 바리스타 1급에도 도전 중이다.

또 다른 커피의 세계로 인도해 주실 분은 우리 동네 커피 맛집, 젊은 사장님이시다.

손수 아프리카까지 가서 매년 수확된 커피 원두를 품평하고, 좋은 원두를 사서 로스팅까지 해 운영하는 커피에 진심인 분이다.


얼마나 맛나고 또 새로운 커피 세상으로  나를 인도해 주실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왜냐고?


같은 기계, 같은 원두,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들여 똑같이 커피를 추출해도 사람마다 제법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쬐금 알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손맛이라고 해야 하나? 더 신기한 건 이 과정을 핸드드립으로 옮기면 그 차이가 확연이 다르게 난다는 놀라은 사실. 역시 커피맛은 손맛을 배제할 수 없나 보다.


그럼 나의 커피 손맛은?

쉿! 그건 아직 비밀. ㅎㅎ


커피!

정말 이만한 음료 또 없지 싶다.


2024년 06월 20일 목요일  무늬만 바리스타가 아니라 진짜 바리스타를 꿈꾸는 헛풍선이 늘봄...... 오랜만에 일상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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