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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Jul 11. 2024

인간의 호기심이란....

시작은 우리 집 일등아들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근무 중 한가하고 나른해질 즈음인 오후 5시!

우리 집 일등아들 민돌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이 녀석! 이제야 전화하네!'

"어~~ 아들아!" 반가운 엄마의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간다.

엥?? 반응이 없다.

"야?? 민돌??" 엄마의 목소리가 한없이 커진다. 반응이 없다.


 대답 대신 왁자하게 떠들어대는 젊은이들의 푸릇푸릇한 목소리만 앵앵 거린다.

개중에 신이 난 우리 아들 목소리가 이 엄마 귀속에 폭 박힌다.

"뭐야? 이건??"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떠드는 그 친구들의 목소리에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호기심에 종료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나도 그들과 함께 한다. ㅋㅋ


도대체 이 핸드폰은 어디에서 켜진 걸까?

아들의 바지주머니?  너무도 선명하게 그 현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우리 아들은 방학을 맞아 제주도 여행 중이다.

장마철에 웬 제주도냐고 했더니, 왕복 비행기값이 4만 원이라 과 친한 친구들과 함께 가기로 했단다.

또 거기 가서 제주도가 고향인 선배랑 친구도 만나기로.

비행기값이 제일 싼 걸로 골랐다나, 어쩠다나.


여하튼 청주에서 비행기로 출발해서, 돌아오는 마지막 비행기를 타는 탁월한? 선택 덕에 초득가 항공편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아무튼 30년 전 내가 군산에서 제주도까지 날아갔던 그 시절보다 싼 비행기값에 놀랄 뿐이다. 아무리 비시즌이라 해도 이 가격이라면 제주도를 찾는 인기가 사그라들어 예전만 못한가 보다고 짐작만 할 뿐이다.  


일행 중 신발이 젖은 친구를 위해 고무슬리퍼 하나 사려고 다이소에 들른 모양인데, 이것저것 다이소 물건들을  살펴보는 중에 서로 나누는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중에 자기가 골라주겠다며, 신어보라고 권하고, 너무 무난한 건 그렇지 않냐고 묻는 울 아들의 말에 웃음이 빵 터졌다. 조잘조잘 끝이 없다.


전에 지극히 무난하게 생긴 우리 아들이 알록달록 눈에 띄는 우산을 사들고 왔길래, 너답지 않게 신박하다 했더니 "엄마! 그래야 식당 같은 데서 내 우산을 빨리 찾을 수 있지!" 허더니, 그건 핑계고 취향이 그랬던 모양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엄마에게 전화할 틈도 없는 녀석이 어쩌다 현장중계까지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요새 폰의 성능이 어찌나 좋은지....

호기심에 이 엄마는 그 전화를 바로 딱 끊을 수가 없었다. 키득대며 다이소 쇼핑에 동행했다.

상큼한 청년들의 목소리에, 대화에, 그 귀여움에 입이 저절로 귀에 걸리는 순간이었다.


기다렸다가 계산할 즈음!

"엄마가 계산해 줄까?"

매장이 떠나갈 듯 큰소리로 놀래켜줄껄 그랬나? ㅍㅎㅎ


아들아! 잘 놀고 와라~~


2024년 07월 08일 수요일

어쩌다 아들의 사적만남??을 엿듣게 된 늘봄............그 호기심에 울아들 기절할까 무섭다. ㅎㅎ



울 아들 여행에서 돌아오면, 시치미 뚝 떼고 한마디 해줘야 겠다.

"제주도 다이소에도 짝뚱 크록스 많지?"

"요새 젊은 애들이 거기서 그걸 그렇게 많이 산다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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