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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Jul 24. 2024

돈 줘가면서 가르쳐야 할 판인데....

잘할 수 있겠어?

"아들아! 이번 방학에는 꼬맹이 수학 좀 가르쳐봐."

이번 방학은 오누이가 단둘이서 종일 꽁냥꽁냥 집을 지키게 됐길래, 이참에 막내 동생 과외선생이나 하면서 용돈이나 벌라 했더니만....


막내딸은 오빠한테 절대 안 배운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아들 녀석은 제 여동생이 드럽게 말을 안들어서 저런 애는 가르치기 힘들어서 안된다고 서로 난리다.

야! 오빠가 그렇게 못생겼어? 너는?? 이러고들 있는 거냐?ㅋ


"꼬맹아! 나중에 오빠가 너네 학교에 선생님으로 오면 인기 많을 것 같아?"

"음~~~ 아니!"

"왜?"

"음! 오빠는 못 생겼어! 너무 못 생겼어"


여동생 눈에는 오빠가 아주 못생겨 보이나 보다. 이 엄마 눈에는 꿀떨어지게 잘 생긴 얼굴인데 말이지. 사춘기를 맞이한 중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단연코 인기 넘치는 선생님이 되려면, 일단 외모가 아이돌 수준으로 받쳐줘야 하는가 보다. 울 딸 기준에 오빠는 딱 한눈에 봐도 인기 넘치는 선생님이 될 상이 아닌가 보다. ㅎㅎ


우리 아들 상처받을까 봐 울 딸아이게겐 이렇게 변명해 줬다.

"너 정말 사람 인물 볼 줄 모른다. 오빠 정도면 최상급이야. 저 키에, 저 몸매에 저 얼굴, 저 인상이면, 어디가서 못생겼단 소리는 안 들어. 너네 학교에 오빠만한 인물 가진 선생님 눈 씻고 봐도 없던데??"


아무튼 서로 못생겼다고 얼굴 디스하는 재미로 아웅다웅 케미를 살리는 오누이다.

그럴때마다 엄마, 아빠도 이 얼굴로 잘 살고 있다고 농담을 하며, 그나마 너희들은 엄마 아빠의 업그레이드판이니, 감사한 줄 알라고 더 찐한 농담을 한다. 어쨌거나 미안타.ㅠㅠ


오빠가 업어 키운 막냇동생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오빠에게 너무 버릇없이 굴어서 그냥 놔둬도 될지 종종 고민스럽게도 한다. 어렸을 때는 아빠보다 오빠를 따르고 좋아하더니, 변해도 너무 변했다. 사춘기를 핑계 삼아도 이건 도를 넘어섰다. 성격 좋은 오빠가 그나마 동생을 귀엽게 봐주니, 집안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사춘기 탓인지, 요 녀석 못된 성격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인지... 엄마인 나도 헷갈린다.


온 가족이 나서서 이쁘다 이쁘다, 버릇없이 굴어도 허허하고 웃어넘겼더니, 요새는 조금 걱정이 된다.

옛말에 할아버지가 손주 녀석 이쁘다 이쁘다 오냐오냐 하면,  할아버지 수염까지 잡아당긴다더니, 옛말이 하나 그른 것 없구나 싶은 생각이 잠시 스칠 때도 있다. 작년, 올해 중학생이 되고부터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럴 줄 몰랐다.

사춘기 탓이라도 해야 맘이 편해 질라나?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아~ 옛날이여!

헌데, 그렇게 동생은 말 안 들어서 못 가르치겠다던 녀석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고교 2년 남학생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고3 남동생 수학 좀 봐주라 하면, 말귀를 못 알아먹어서, 답답해서 제 동생을 못 가르치겠다더니, 무슨 자신감에 돈 받고 남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는지 모르겠다.


제비아빠 왈!

"너는 니가 돈을 줘가면서 가르쳐야 할 판인데..... 잘 가르칠 수 있겠어?"

"아빠!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해요!"


경험 삼아 가르쳐보는 것도 중요한데, 두루두루 도움을 있게 잘해보란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니가 몇 배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우리 철부지 아들!

워낙 친화력 좋고 말하는 것 좋아해서 그 학생 앉혀놓고,

수학공부 대신 수다만 진탕 떨다 올까 걱정이다.


아들아!

돈 받고 하는 일은 철저하게 그 돈의 값어치 이상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에 따른 책임도.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이 참에 돈 버는 매운맛을 보게 되겠구나.


아무쪼록 그 어린 후배에게 네가 도움이 좀 됐으면 좋겠다.

그 학생 가르치는 일이 네게 더 큰 공부가 되겠지만.

가르치는 자의 무게감을 몸소 느껴보도록 하거라.


우리 아들은 좋은 선생님이 될 상인가? ㅎㅎ


202년 7월 24일 수요일

아르바이트하는 아들이 걱정스러운....늘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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