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학은 오누이가 단둘이서 종일 꽁냥꽁냥 집을 지키게 됐길래, 이참에 막내 동생 과외선생이나 하면서 용돈이나 벌라 했더니만....
막내딸은 오빠한테 절대 안 배운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 아들 녀석은 제 여동생이 드럽게 말을 안들어서 저런 애는 가르치기 힘들어서 안된다고 서로 난리다.
야! 오빠가 그렇게 못생겼어? 너는?? 이러고들 있는 거냐?ㅋ
"꼬맹아! 나중에 오빠가 너네 학교에 선생님으로 오면 인기 많을 것 같아?"
"음~~~ 아니!"
"왜?"
"음! 오빠는 못 생겼어! 너무 못 생겼어"
여동생 눈에는 오빠가 아주 못생겨 보이나 보다. 이 엄마 눈에는 꿀떨어지게 잘 생긴 얼굴인데 말이지. 사춘기를 맞이한 중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단연코 인기 넘치는 선생님이 되려면, 일단 외모가 아이돌 수준으로 받쳐줘야 하는가 보다. 울 딸 기준에 못생긴 오빠는 한눈에 딱 봐도 인기 넘치는 선생님이 될 상이 아닌가 보다. ㅎㅎ
우리 아들이 혹 상처받을까 싶어, 아들 들으라는 듯 울 딸아이에겐 이렇게 한마디 해주었다.
"너 정말 사람 인물 볼 줄 모른다. 오빠 정도면 최상급이야. 저 키에, 저 몸매에 저 얼굴, 저 인상이면, 어디가서 못생겼단 소리는 안 들어. 너 진짜 보는 눈 없다. 사실 너네 학교에 오빠만한 인물 가진 선생님 눈 씻고 봐도 없던데??" ㅋㅋ
아무튼 서로 못생겼다고 얼굴 디스하는 재미로 아웅다웅 케미를 살리는 오누이다.
그럴때마다 엄마, 아빠도 이 얼굴로 잘 살고 있다고 농담을 하며, 그나마 너희들은 엄마 아빠의 업그레이드판이니, 감사한 줄 알라고 더 찐한 농담을 한다. 어쨌거나 미안타.ㅠㅠ
오빠가 업어 키운 막내 동생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 오빠에게 너무 버릇없이 굴어서 그냥 놔둬도 될지 종종 고민스럽게도 한다. 어렸을 때는 아빠보다 더 오빠를 따르고 좋아하더니, 변해도 너무 변했다. 사춘기를 핑계 삼아도 이건 도를 넘어섰다.성격 좋은 오빠가 그나마 동생을 귀엽게 봐주니, 집안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사춘기 탓인지, 요 녀석의못된 성격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인지... 엄마인 나도 헷갈린다.
온 가족이 나서서 이쁘다 이쁘다, 버릇없이 굴어도 허허하고 웃어넘겼더니, 요새는 조금 걱정이 된다.
옛말에 할아버지가 손주 녀석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 이쁘다, 이쁘다 오냐오냐 하면, 버릇이 없어져 할아버지 수염까지 잡아당기는 만행?을 저질른다더니......
옛말이 하나 그른 것 없구나 싶은 생각이 잠시 스칠 때도 있다. 작년, 올해 중학생이 되고부터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이럴 줄 몰랐다.
사춘기 탓이라도 해야 맘이 편해 질라나?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아~ 옛날이여!
헌데, 그렇게 동생은 말 안 들어서 못 가르치겠다던 녀석이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로 고교 2년 남학생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고3 남동생 수학 좀 봐주라 하면, 말귀를 못 알아먹어서, 답답해서 제 동생은 못 가르치겠다더니, 무슨 자신감에 돈 받고 남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