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벌고, 얼마를 들고있어야 입주가 가능한가
3기 신도시 사정청약이 오픈됐다. 이걸 써야하나, 아니면 어떻게든 버텨서 서울 청약 기회를 잡아야하나를 고민하다 불현듯 생각이 들었다. "잠깐, 근데 나 지금 자격은 있는건가?"
이번 사전청약(공공분양)에서 가장 현실적인 지역은 성남복정1이다. 차후 자녀양육으로 본가(처가)와의 거리와 출퇴근을 모두 고려하면 인천계양과 남양주진접은 선택할 수 없었다. 성남복정이라고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나머지보다는 낫다는 판단이다.
사실 성남시에 살고있지 않은 나에게 기회가 돌아올 확률은 0% 수준이다. 자녀가 없는 나는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을 써야하는데, 성남복정1의 경우 '현재'성남시 거주자에게 에게 100%가 우선공급되기 때문이다. 성남에서 미달이 나야만 수도권 거주자에게 공급되니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한다.
그렇지만 청약경험을 늘리는 것도 중요할테니...경험삼아 써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사전청약이 가능한지부터 찾아봐야 한다. 무주택·청약통장 보유 등은 해결인데, 까다로운 것이 소득·자산요건이다. 공공분양인지 신혼희망타운인지, 생애최초공급인지 신혼희망타운 공급인지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나는 아직 자녀가 없고 (2인가구), 맞벌이(배우자 소득有) 상태다. 이 경우 생애최초 우선공급을 받기 위해서는 2020년 기준 부부의 월 총소득이 603만160원 이하여야 한다. 신혼부부 우선공급의 경우는 723만6192원이하면 된다.
월 총소득은 홈택스 지급명세서 제출내역 조회로 연소득을 확인해 12로 나눠보면 된다. 나와 와이프의 '근로소득원천징수 영수증 상의 총급여액(21번)'의 총합은 6939만6700원이다. 12개월로 나누면 578만3058원으로 기준을 딱 통과한다. (내 소득이 대한민국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이하라는 의미다... 참 작고 소중하고 슬프다.)
여기에 보유 부동산은 없고 자동차 평가액도 기준보다는 한참 미달(2200만원수준)하니 신청자격은 확실하다. 사전청약의 소득요건 등은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이니,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다음 확인해야 할 것은 청약에 당첨됐다고 낼 돈이 있냐는 점이다. 기를쓰고 청약을 했는데 계약금 잔금을 못 낼 수도 있다. 가뜩이나 언론에서도 분양가가 싸지 않다고 난리인데, 괜히 비교적 비싼 성남 복정지역을 썼다가 계약금을 못내서 탈락할 수도 있으니까.
공고문에 따르면 7월 현재 기준 성남복정1의 추정분양가는 전용51㎡가 5억8609만원, 전용59㎡ 6억7616만원이다. 확정된 분양가는 빠르면 내년 9월 공개된다. 일단 자녀와 함께 3인 이상 가구가 살 수 있는 전용 59㎡로 따져보자.
결론부터 얘기하면, 입주시 LTV의 60%까지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필요한 금액은 대략 2억7000만원 수준이다. 현금 2.7억이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없다면 DSR 규제 이하에서 신용대출을 추가할 수 있다.
시기별로는 우선 계약금으로 먼저 현금 6761만원이 필요하다. (아직 3기신도시 계약금, 납입일자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로 전제했다)
중도금은 4억570만원인데, 다행이 모두 대출받을 수 있다. 분양가가 9억 이하다보니, DSR·DTI 비율과 관계없이 중도금은 모두 대출이 가능해져서다. 추후 이는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된다. 다만, 경우에 따라 1회차 중도금 10%p를 대출 말고 현금 자납하라고 하는 곳도 있으니 6761만원은 더 보유해놔야 할 수도 있다.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남은 잔금 2억284만원은 입주 시 내면 된다. 대부분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를 빼서 입주할 테니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다.
3억원이 안 되는 돈으로 6억 넘는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으니 이론적으론 괜찮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신혼부부 입장에서 보면 만만치 않은 것임은 분명하다.
현재 나는 3억원짜리 전세아파트에(대출2억+내돈1억) 살고있다. 여기에 2년여간 모은 돈이 1억여원이 있다. 문제는 다음 전세아파트다.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다음 집은 대략 4억원선에서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약금 납입일에 최소 7000만원 가량의 돈을 추가로 마련한단 것. 불가능한 금액은 아닐 것 같은데, 쉬운 일도 분명 아니다.
이러니 자꾸 부모찬스가 필수템이란 소리가 나온다.. 지역적으로 좀 싼 지역의 다른 곳을 알아보면 되는데, 길바닥에서 보내야 할 시간, 피로감 등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다 허물어져 가는 곳이나 입지가 안좋은 곳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그러느니 전세를 사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청약자체는 써볼까 한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상 가능성은 제로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다니 써보고 탈락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도대체 내 집은 언제구해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