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행운
일요일 아침 9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서 열리는 공개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입장은 선착순, 최소 한 시간 전에는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7시에 여는 카페에서 스페인의 전매특허 오렌지주스와 샌드위치를 먹고 여유있게 걸어 나섰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의 어둡고 축축한 남색의 까탈루냐 광장을 지나 성당으로 향했다.
어쩐지 출발할 때부터 공기가 축축하더니,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떨어졌고, 이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 머리 위에서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곧 바람도 더해져 금세 쌀쌀해진 날씨에, 거리 구경은 제쳐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역시 비정은이네.'
어딜 갈 때마다 비가 오는 나에게 붙은 별명값을 제대로 했다.
축축해진 앞머리로 도착한 성당 앞에는, 경찰들이 통제를 돕고 있을 정도로 줄이 길었다. 아직 7시 50분, 충분히 여유있게 도착했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줄어드는 길을 따라 코너를 돌아보니,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다들 우산도 없이 으슬으슬한 비바람을 견디고 있으면서도 들뜬 표정이었다.
긴장과 설렘 속에 드디어 빨간 펜스가 쳐져있는 진짜 줄에 다다랐다. 직원이 사람을 한명씩 들여보내며 숫자를 세고 있었다.
“Seven, Eight… Nine… Ten. Today, Finish!”
“What? Really? Come on!”
내 바로 뒷사람이 소리쳤다.
뒤를 돌아보니 숫자를 세던 직원은 머리 위로 손을 휘휘 저으며, 해산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정말로 나와 내 친구가 오늘 공개 미사의 마지막 입장객이었던 것이다! 와,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우리는 한참을 들떠 서로의 날갯죽지를 때려가며 푼수를 떨었다. '미쳤다(positive)'라는 말을 20번은 내뱉은 것 같다. 입장하면서 마주친 직원들도 웃으며 “Last Girl”이라고 엄지척을 날려줬다.
"와, 이번 여행 운 다 썼다! 너무 좋아." 내가 말했다.
"아냐, 이제 시작이지!" 친구가 말했다.
친구의 말처럼 우린 여행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나를 '비정은'에서 '럭키비키 라스트 걸'로 만들어 준 이날의 행운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 행운이, 그리고 나보다 한참 긍정적인 친구의 말이 우리의 여행 내내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닐까!
2025년 2월 23일(일) in 스페인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