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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훈 Apr 25. 2024

잊지 못할 꿈

9월 꿈

최근 생생하게 내 마음에 남은 꿈 이야기를 하려 한다.

한 달이 지났지만 오래도록 기억나는 꿈이다.

(내가 꾸는 꿈은 보통 일인칭 시점의 컬러 꿈이다)


나는 평소에도 강아지를 너무 좋아한다.

내 모든 SNS의 알고리즘은 강아지뿐만 아니라 온갖 동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는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미래 강아지 이름도 지어놓았으나 아직 시간과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강아지를 입양하지 못했다.

꿈속에서 나는 보호소로 자원봉사를 하러 가고 있었다.

(현실 속 나는 보호소에 가본 적도 없고, 자원봉사를 해본 적도 없다)


보호소에서 나는 여러 강아지를 만났다.

그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강아지가 있었다.

구석에서 친구들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니는 중형견 한 마리.

윤기 나는 털을 가진 까만 강아지였다.

나는 강아지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저 까만 강아지는 입양 문의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강아지는 보호소에 들어온 지 오래되었는데 입양 문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마치 운명처럼 ‘저 강아지는 내 강아지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그럼, 제가 입양해도 될까요?”


나의 강아지는 내게 큰 관심은 없어 보였지만 친구들과 놀다가도 고개를 들어 나를 확인하고, 뒤돌아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그리고 내가 가슴을 긁어줄 때면 혀를 내밀고 발라당 누워있는 강아지가 사랑스러웠다.

보호소장님은 “입양하기 전에 보호소에서 강아지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 건 어때요?” 하고 물었다.

강아지와 함께 보호소에서 지내며 나와 강아지가 잘 맞는지를 확인하라는 소장님의 의견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당장 보호소를 내 집처럼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잠도 보호소에서 자면서 사랑스러운 강아지 옆에 붙어 지냈다.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 일주일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마냥 귀여웠다.

정말… 무얼 해도 사랑스러운 나의 강아지였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자 강아지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까만 강아지는 입질이 있었다.

강아지는 계속해서 내 손과 팔에 상처를 남겼고 무는 힘은 점점 강해졌다.


나는 점점 강아지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내 몸집만 한 강아지가 내게 달려들면 나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발라당 넘어지곤 했다.

그리고 꿈속에서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강아지에게 지쳤다.

평소에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그런데 신난 강아지를 초보 견주가 통제할 수 있었겠는가.


강아지와 함께한 지 7일 차.

강아지를 입양하는 날이 찾아왔다.

평생을 기다려 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컸다.

강아지가 내 맘도 모르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이 강아지를 무서워하지 않고 잘 키울 수 있을까?’

‘우리 집에 데려갔는데 내가 강아지를 미워하게 된다면 어쩌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보호소장님은 일주일간 강아지와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물어보았다.

나는 어색하게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아… 뭐… 그냥…”

강아지는 내 손길을 뒤로하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 놀기 바빴다.

나는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내 손등을 만지작거렸다.

소장님은 입양신청서를 내밀며 서류를 작성하자고 했다.

나는 머뭇거리다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 강아지 못 키우겠어요. 여기에 두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소장님의 온화했던 표정은 차갑게 바뀌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 같은 애들을 여러 번 봤어. 너도 결국 그런 애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 심장은 큰 소리로 뛰고 있었다.

강아지에게도, 소장님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나 자신이었다.

‘어떻게 사람들은 자기만 바라보는 강아지를 버리지?’ 하며 욕했던 사람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었다.


강아지를 버리는 사람은 강아지를 좋아해서 데려간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안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진심으로 강아지를 사랑하니까.

강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

나는 그 아이의 넓은 세상이자, 보호자가 되어줄 수 있을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짧은 일주일 동안 강아지와 붙어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강아지를 무서워하게 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나는 소장님 앞에 서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의 강아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멀리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깼다.

침대 위, 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 깜짝 놀라서 눈 뜨자마자 침대 곁에 강아지가 있나 하고 이불을 들춰보았다.

강아지는 없었고 나는 더 슬퍼졌다.


나는 언제든지 강아지를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무조건 좋은 보호자가 되어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상상해 본 적 없는 상황을 꿈에서 겪고 나니 강아지 입양은 쉽게 함부로 결정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강아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마음을 먹는다.

나의 강아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좋은 보호자가 될 준비를 마쳐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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