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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훈 Apr 10. 2023

처음

3월 새로운 시작

처음이 가지는 의미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이에게는 두려움이 될 수도 안 해본 것에 도전하는 이에게는 설렘이 될 수도 있다. 당신에게 ‘처음’은 어떤 의미인가?


내게 처음은 걱정으로 시작한다.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먼 미래의 일까지도 지레 겁먹고 걱정한다. 그런 이에게 처음이 어떨 것 같은가. 그저 도망치고 싶어질 뿐이다. 마음 한구석에는 ‘어쩌면…’하고 나의 운명을 맞닥트리게 되거나 내가 너무 좋아하면 어쩌지 싶지만. 이어 바로 ‘근데… ‘하며 부정적인 생각이 뒤따른다. 처음이 걱정되는 이유는 긴장되기 때문이다. 내가 안 해 봤으니까 두려운 것이다.


그런 내가 처음 무언가를 하기 전에 외우는 주문이 있다. 이는 어린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족히 20년은 넘은 습관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가진 습관들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에 대해 나중에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 학년이 되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 식사할 때, 처음 가보는 장소를 갈 때, 안 해 본 일을 할 때  등 모든 처음 하는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바로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를 무한히 속으로 되뇌는 것이다.


출처 - KBS


특히 거울을 보거나, 소리 내어 크게 내뱉을 때 효과는 배가 된다.

머릿속에 아무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정말이지 머리를 비우고 그저 ‘할 수 있다’ 이 4음절만 계속해서 반복한다. 중간에 다른 잡생각이 떠오를 때면 다시 머리를 흔들며 할 수 있다고 중얼거린다. 긴장되면 될수록 주문 속도가 빨라지면서 발음이 뭉개진다. 그래도 괜찮다. 계속 외워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오늘 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거의 세뇌하듯이 내게 말을 건다. 너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한다. 이렇게 말이다.

이 주문을 외우고 누군가를 만나고, 새로운 문을 열고 걸어 나간다면 이미 당신은 성공한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점점 처음 해보는 것들이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이 주문을 쓸 일이 없어진다. 엄밀히 말하자면 처음인 것들은 많지만 예전만큼 긴장되거나 걱정되지 않는다. 그만큼 나라는 사람의 경험치가 쌓였기 때문에.


회사에서 주니어이던 시절, 항상 팀장님과 함께 외부 미팅을 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부 미팅을 나 혼자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내가 이끄는 첫 외부 미팅이었다.


평소 팀장님과 함께하는 미팅에서의 내 역할은 약간의 스몰토크 및 리액션과 커피 주문, 내가 맡은 부분 설명하기 정도였는데…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사업을 소개하고 설명하려니 너무 긴장됐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해야지. 해내야지!


다리 떨면서 미팅을 준비하던 나는 회사 화장실로 향했다. 늘 그랬든 나는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를 몇십번이나 외웠을까?


그때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낯선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대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를  강한 미소로 어필하고 싶었다. 평생 혼자만 외우던 주문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어찌나 창피하던지.


나와 눈을 마주친 상대방은 굉장히 당황한 듯 보였다. 그리고 나를 피하면서 작게 대답했다.


“허허… 할 수 있다…!”


저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화장실 안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저 말을 듣자마자 헤헤 웃었고 걷는 법을 까먹은 사람처럼 어기적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정말 부끄러웠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의 응원이 내게 힘을 주는 것 같았다.


그분은 내가 어색하지 않게 대응해주신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평생 혼자만 중얼거리던 주문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들으니 그 말에 진짜 힘이 더 실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날 문제 없이 편안하게 미팅을 잘 끝냈고 그 이후로도 나는 종종 혼자 미팅을 다녔다.


당신이 아무리 할 수 있다고 주문을 외워도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때,

타인이 얼떨결에 내게 해준 응원처럼 내 글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모두 

처음 하는 것들이 당신을 긴장하게 만들거나 움추려들게 만든다면 외쳐라.

인터넷에서 보는 밈이라고, 너무 뻔한 말이라고 그냥 넘기지 말고 나중에 꼭 시도해보시길.


나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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