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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08. 2024

‘비계 삼겹살’

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돼지고기는 한자어로 돈육(豚肉), 제육(猪肉)이라고 한다. 무게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육류이다. 이슬람권, 유대권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고기이다.




한데 선호하는 부위는 나라ㆍ국민 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인은 앞다리ㆍ뒷다릿살을 즐긴다. 일본인은 돈가스용 안심과 등심을 좋아한다. 유럽인은 돼지의 등과 옆구리 살로 만든 베이컨을 자주 찾는다. 한국인은 단연 삼겹살이다.




▲우리나라에선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을 떠올릴 정도로 그 사랑이 유별하다. 직장 회식, 가족ㆍ친목 모임, 야유회 및 체육대회, 각종 잔치 등 웬만한 대소사에서 삼겹살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삼겹살 먹는 날인 ‘삼겹살 데이(3월 3일)’를 지정했겠는가.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 부근에 붙은 뱃살 부위를 지칭한다. 비계가 세 겹으로 겹쳐 보여 삼겹살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구조적으론 ‘비계-살코기-비계-살코기’ 순으로 살코기와 비계가 층을 이루는 형태다. 비계는 근육과 근육 사이의 덩어리 지방(근간지방)을 말한다.




▲삼겹살은 원래 세겹살, 배바지 살로 불리다 1980년대 들어 삼결살로 일반화됐다. 그렇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흥미로운 건 ‘개성 유래설’이다. 즉 개성 상인들이 개성의 삼(蔘)을 세겹살의 삼(三)에 매치시켜 삼겹살로 갈아 치웠다는 게다.




이런 삼겹살의 인기가 시작된 건 1960~70년대로 전해진다. 강원도 탄광촌에서 돼지비계가 목에 낀 먼지를 씻어내는 데 특효라 하여 광부들이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1990년대 전문점이 전국적으로 생기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국민 고기’로 정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삼겹살은 생체중량 110㎏ 돼지 한 마리에서 약 10㎏ 남짓 나온다. 하지만 수분을 뺀 전체 중량의 60% 가량이 지방이다. 이 덕분에 구우면 겉이 바삭바삭해지며 고소한 맛을 낸다. 여기에 불의 향이 더해지며 모든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런 점에서 삼겹살은 적당한 지방량이 식감과 맛을 높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삼겹살의 지방 비율을 놓고 관련 업계 등이 시끌벅적하다. 도내 한 식당에서 촉발된 ‘비계 삼겹살’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게다. 매뉴얼 상 일반 삼겹살의 지방 두께는 1㎝ 이하다. 결국은 얄팍한 상술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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