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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킥 Nov 22. 2022

베블런 효과

브랜드 사용 설명서 60편 _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11

 명품 브랜드 신제품 발표 시 오픈런이 화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2021년도에는 3대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을 합쳐 부르는 말)의 합산 매출이 3조 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Covid19로 인해 위축된 소비수요와 지난해 여러 차례 있었던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제품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21년도 루이뷔통 5차례, 샤넬 4차례 가격 인상) 이런 호실적을 보인 것은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 욕구를 꺾지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 명품들이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분석들이 있지만 Covid19 장기화로 인해  '보복 소비' 트렌드가 명품 브랜드 실적을 견인한 요인도 있고요. 위축된 여러 소비수요가 명품 소비로 집중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의 명품 사랑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명품 브랜드의 가격이 인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명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경제학적으로 보면 일반적으로 수요는 가격과 반비례하기 때문에 비싼 명품들은 경기가 어려우면 당연히 수요가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말이죠. 어처구니없게도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수요가 급증하고 심지어 상품 자체보다는 오로지 그 가격 때문에 수요가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예전에 기사를 보면 노르웨이에서 수입하여 판매되는 '보스 워터'라는 브랜드의 생수는 800ml 한 병에 만원 언저리에 팔리기도 하더군요.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친 듯이' 팔려나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듯 수요가 가격과 비례하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고 합니다. 19세기 말에 활약했던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1899년에 발행한 '유한계급론_The theory of leisure class'에서 유래된 것인데요. 그는 '베블런 상품(Veblen goods)'들은 상품의 효용 가치가 아니라, 과시 효과 때문에 소비되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베블런 효과는 '과시적인 소비를 하는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의 영향을 받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시적인 소비를 하는 소비자는 낮은 가격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우월감을 갖기 위해 고가의 사치재를 소비하죠. 따라서 사치재의 가격이 상승할수록 구매자 또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상승하면 허영심이 자극되어 수요가 증대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그 가치와 희소성이 하락하여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베블런 효과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시 브랜드의 고급화와 차별화, 고가 정책을 표방하는데 적극적으로 이용됩니다. 그로 인해 고급 자동차나 명품 브랜드들은 경제 상황이 악화돼도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통해 베블런 효과를 알아보도록 하죠.


포틀래치(potlatch) 겨울 축제


 인류학자인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의 저서 '문화의 유형'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캐나다 서북부의 인디언 축제인 '포틀래치'가 있습니다. 이 풍습을 행하는 종족의 추장은 이웃 부족 추장들을 모두 초대한 후 마을 한복판에 엄청난 사치품들을 하늘 높이 쌓아놓고 자랑한다고 합니다. 부족에 따라서 이 사치품들을 초대한 추장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심지어 그 자리에서 사치품을 태워 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런 모욕을 당하고 돌아온 추장들은 각자의 마을에서 전보다 더 높은 사치품 무더기를 쌓아놓고 똑같은 방식으로 상대편 추장에게 빚진 모욕을 갚는다고 하죠.


 이러한 풍습에 대해 지나친 과시욕과 과대망상으로 벌어진 행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교묘한 계산된 경제적 행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화를 태워버리는 이런 행위로 인해 추장들은 불태워버린 재화보다 더 값진, 주변 마을의 신임과 복종을 얻게 된다고 합니다. 즉, 얼마나 무의미하게 소비했느냐에 따라 일종의 위계질서가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도 점점 더 높은 가격의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들만의 위계질서에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요?


명품_샤넬(CHANEL)


 요즘은 오픈런이나 아이돌의 패션(특히 블랙핑크의 제니, BLACKPINK JENNIE)으로 주목받는 샤넬이지만 저희 시대 샤넬의 최고 히트 아이템은 바로 '샤넬 No.5입니다. 샤넬 No.5는 1921년도에 만들어졌는데 그 시절만 해도 향수는 꽃과 과일에서 채취한 에센셜 오일로 만들어졌는데 샤넬 No.5는 향수 중에서 화학성분을 넣어 만든 최초의 인공향 향수라고 합니다. 지금은 유통되는 대다수의 향수가 모두 인공향이어서 자연향을 찾는 소비자도 있으니 시대와 시기에 따라서 소비자의 니즈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22년 1월 11일 오픈런 샤넬, 신세계 본점_출처 아주경제]

 사실 인공향도 인공향이지만 샤넬 No.5가 브랜드 파워를 가지게 된 것은 20세기 초반 최고의 섹시 스타인  '메릴린 먼로'때문인데요. 한 기자가 메릴린 먼로에게 '잠잘 때 무엇을 입고 자느냐'라는 질문을 합니다. 그때 메릴린 먼로는 '샤넬 No.5를 입고 자요'라고 대답을 하죠. 이 대답은 곧 샤넬 No.5를 대표하는 브랜드 스토리가 됩니다. 샤넬 브랜드 스토리는 차후에 특별편에서 세세하게 다루기로 하고, 샤넬의 베블런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샤넬은 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샤테크'라는 용어가 탄생할 정도로 신상품뿐만 아니라 중고시장에 나온 중고품마저도 점점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021년도에 4차례의 가격 인상이 있었지만 매출은 1조 2천237억 원으로 전년(9천295억 원) 대비 31.6%가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천489억 원으로 전년(1천491억 원)보다 66.9% 증가했습니다.


 샤넬로 대표되는 명품 브랜드는 베블런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 상품중의 하나인데요. 가격이 비싸고, 인상폭이 커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오르는 현상을 보이죠.


명품 시계 _ 빈센트 앤 코(Vincent & Co.)

 

[빈센트 앤 코 로고]

 200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품 시계 브랜드입니다. 100년 동안 유럽 왕실을 대상으로만 판매된 스위스 산 명품 시계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당시 고급 론칭 파티를 열고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무료로 주는 등 연예인들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으로 명품 이미지를 더욱 굳혔습니다. 그 결과 억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객들이 제품 구입도 하게 됐죠.


 그러나 얼마 못 가 실체가 없는 유령 브랜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이슈거리가 된 명품 브랜드(?)입니다. 당시 류승범, 이정재, 최지우, 하유미 등 이 시계를 차고 각종 매스컴에 등장했던 연예인들이 난처했던 기억도 납니다. 명품이면 다 좋아하는 그리고 명품에만 집착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는 해프닝이었습니다.     


명절 선물세트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친인척에게 정성 어린 선물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선물을 구매하는데 단품으로 사는 것보다 선물 세트는 화려한 포장과 함께 높은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화려한 스티커와 포장 때문에 발생하는 가격 인상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이미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것 중 하나로서, 대표적인 베블런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명절 선물세트가 허영심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지만 명절이기 때문에 선물을 줄 때 이왕이면 비싸고 좋은 것을 주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절 선물세트로 등장하는 굴비, 전복, 젓갈 등의 상품이 기존 가격보다 수십 배가 뛰어도 판매율이 적을 것 같지만, 실상 그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다고 하니 놀랍죠. 또한 같은 크기의 굴비 세트라도 일반 대형마트에서 판매될 때의 가격과 백화점에서 판매될 때의 가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 또한 배블런 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 효과로 인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시 일부러 베블런 효과를 노려 고가로 가격을 책정한 뒤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품_유아동용품


 최근에는 다자녀를 둔 가정이 흔하지 않습니다. 1자녀 많아도 2자녀가 넘지를 않죠.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우리 아이에게 부족함 없이 더 잘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가득한 시대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키즈 점퍼 하나에 100만 원이 넘기도 하고 초등학교 브랜드 가방이 명품은 기본적으로 100만 원 넘고 하물며 도시락 가방도 100만 원에 육박합니다. 혹자는 아이가 걸치고 다니는 옷과 가방 가격으로 신분이 나뉜다고 하니 부모의 마음으로써는 구입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


 유아의 경우는 더합니다. '유모차계의 벤츠'라고 불리는 '스토케(STOKKE)'와 '오르빗(orbit)', '부가부(Bugaboo)'의 경우에는 100만 원이 훨씬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로 잘 팔립니다. 자녀가 쓰는 용품인 만큼 좋은 제품을 사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베블런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토케, 오르빗, 부가부 유모차_ 출처: 각사 홈페이지]


베블런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


과시소비에서 비롯되는 베블런 효과, 그렇다면 과시소비의 성향은 왜 생기는 걸까요? 개인 심리적 영향으로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과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회 심리적 영향으로 사람들이 비싼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회문화적 영향으로 품질에는 상관없이 가격이 비싸면 다 좋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배블런 효과의 부작용


배블런 효과로 인해 소위 짝퉁이 만연하게 되면 실질적인 명품 생산 기업은 이익이 감소되고 그로 인해 생산자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서 의도적으로 가격이 인상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남들이 쉽게 살 수 없는 진귀하고 희소가치가 있는 상품만 선호하게 되는 '스놉 효과'도 발생하게 되죠.


베블런 효과를 활용한 효과적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은 VIP 마케팅입니다. 상류층 혹은 상류층을 꿈꾸는 소비자들의 과시욕을 겨냥하는 것으로 접근하기 쉽죠. 특히 이커머스가 확대되고 있는 최근의 소비행태를 보면 명품 이커머스의 출연은 과시형 고가 구매자들에게 효율적인 커뮤니티 공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발행일:            2022년 11월 22일

최종 수정일:     2022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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