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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노래 Oct 14. 2021

잠 못 이루는 밤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셀 수 없이 많은 밤 나를 괴롭힌 이 생각에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었다. 몇 년간 이어지는 원인 모를 괴로움의 순간에 나는 항상 눈을 질끈 감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내일은 괜찮아지겠지, 예고 없이 찾아왔으니 언제나 그랬듯 아팠던 줄도 모르게 떠나가겠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때에는 눈을 떠도 칠흑 같은 어둠에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던,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어느 방향으로도 발걸음을 내딛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나를 에워싼 시리도록 고독한 정적은 어째서 편안하기만 한 것일까. 눈을 억지로 감지 않아도 나를 쿡쿡 찔러대는 시선들이 보이지 않아. 귀를 틀어막지 않아도 머리 아프게 사정없이 울리는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동안 많이 아팠구나.


타인에게 묶여버린 나의 시선에 나는 도망을 갈 때에도 남을 보면서 달아났다. 그렇게 더 이상 도망갈 곳마저 없어진 나는 나 자신을 작은 방에 스스로 가두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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