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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위의 노래 Jun 23. 2022

노을을 바라보며

오늘도 오늘의 해가 저물어 가네요.

새벽 일찍이 타오르던 그 순수는

눈을 뜨지 않아도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오던 그 열기는

어둠으로 뒤덮인 제 마음까지 밝혀 주었지요.


낯섦이 설레임으로, 곧 편함이 되어 결국 익숙함으로.

당신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당신의 온기를 제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렇게 나의 마음이 시린 고독을 잊어 가는 동안

운명이 우연으로, 영원이 순간으로 변해 있었네요.


오늘의 저무는 해를 바라봅니다.

드넓은 하늘을 모두 태워버릴 것만 같던 아침의 붉음은,

이제는 차분한 주황이 되어

그마저도 사라져만 가네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떠오르고 찬란한 햇살이 다시 고개를 내밀겠지요.

하지만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아야 어젯밤의 쓰라림이 떠오르는 저를

아직은 혼자 남겨질 자신이 없는 저를

오늘 밤만큼은 혼자 두지 말아 주세요.


외로움이 무엇인지

슬픔이 무엇인지

그 모든 것을 알려주고 제 곁을 떠나가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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