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스 Jul 21. 2021

당신에게 쓰는 편지

사랑합니다.

 25살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보아온 당신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8,749일이라는 시간을 내내 함께하진 않았지만, 당신 옆에 오래 있던 사람으로서, 다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아직 당신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말이 기억나지 않지만, 당신의 말에서 제게 사랑하는 마음을 느낍니다.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오랜 시간 혼자 두어서, 그때가 본인의 죄책감으로 남아있다고. 그래도 바른 사람으로 커주어서 고맙다고.


 종종 제게 전화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를 느낍니다. 내가 나와있어서 많은 걱정이 되는지를 느낍니다.


밥은 먹었어?”


그 한 마디에, 저는 자주 거짓말을 합니다. 당신은 제가 밥을 잘 먹었다고 알았으면 좋겠으니까. 그러다 문득, 내일은 거짓말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합니다.


 미안합니다. 생애의 반의 반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때는 모든 걸 다 해드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 때라면, 꽃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많이 남아, 동백꽃 조차 보지 못한 저를 보면서, 아직도 많이 어리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종종 저한테 무거운 이야기를 하는 당신. 살아가는 삶에 대한 온도차가 다른 당신을 보면, 가끔은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할까 봐. 그러고 나면, 제 마음속에는 후회와 죄책감이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미래를 그릴까 봐.


 초여름의 삶을 살아가는 제게, 늦여름을 살아가는 당신의 조금은 더 앞선 혜안을 보면, 저한테도 그 순간이 다가올 수 있을까, 같은 초여름을 살아가는 그 뒤의 나에게, 가을의 내가 더 앞선 혜안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당신의 손을 봤습니다. 그저 찍고 싶었습니다.

저를 위해 고생해온, 당신의 손은, 거칠지만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그 손을 거칠게 만든 사람이 나일까 봐, 항상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는 추운 나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추운 이유는, 태양이 멀어서는 아닐 겁니다. 봄이 없는 나라로부터, 부는 바람 때문일 것입니다. 언젠간, 함께 이 온도를 이겨내는 날, 당신의 옆에는 제가 있겠습니다.


 전 이번에도 당신께 이 편지를 건네지 못할 겁니다.

언젠간, 이 마음을 전달할 준비가 되면 꼭 건네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