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떠나야 하는지를 알고 떠나는 직장인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A 주임은 평소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직장은 목적이 아니라 그저 수단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그는 평소에 자기 계발서나 관련 유튜브 영상의 열혈 시청자다. 주말이 되거나 퇴근을 하고 나면 침대에 누워 재생목록을 뒤적이는 게 취미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경제적 자유'나 '파이프라인' 같은 단어다. 사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없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할 따름이다.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심금을 울리는 동기부여 영상을 보다 보면 두근거린다. 아직 방향이 잡히지 않았을 뿐이라고 스스로 되뇐다.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언제까지 직장인으로 살아야 할까, '내 일'을 발견할 수는 있는 걸까, 하면서. 평소 구독하던 자기 계발 유튜버가 고가의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한다.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 신청버튼을 누르고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단번에 지불한다. 평소에는 커피값도 아까워 탕비실에서 죽치고 있는데 말이다.
다른 동료에게는 비밀로 한다. 전에 비슷한 말을 꺼냈다가 왜 그런데다 돈을 낭비하냐며 핀잔을 들었으니까. 그를 가장 괴롭히는 건 애매함이다. 아예 이렇게 큰돈을 쓰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다시 출근할 시간이다.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그저 수단'인 직장으로 향한다. 언제쯤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까, 한숨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