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와 직원의 동상이몽
A 대표는 유통사에 밀키트를 납품하는 B 회사를 이끌고 있다. 처음에는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불안했지만, 이제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하지만 언제나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한 거래처에서 매입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급기야 계약 해약을 통보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그동안 회사의 영업은 사장인 그가 전담해 왔다. 워낙 마당발인 데다 유통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던 그다. 하지만 이제 혼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영업 전담팀을 꾸리기에는 인건비가 부담이다. 그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물끄러미 직원들을 바라본다. 이런 회사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멍하게 시키는 일만 하고 있다. 이대로는 다 함께 침몰하리라는 사실을 정말 깨닫지 못하는 걸까?
그는 직원들을 불러 모은다. 다들 어리둥절한 모양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주인의식'이나 '영업 마인드'를 강조한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브리핑만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니 잔소리가 계속 불어난다. 결국 월요일 아침부터 2시간 동안 장광설을 늘어놓게 되었다. 그동안 쌓인 것도 포함해서 쏟아놓다 보니 말이 점점 길어진다.
C 과장은 B 회사의 식품 MD로 일하고 있다. 유통사나 광고 대행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최적의 판매방안을 찾는 게 그의 일이다.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만 A 대표는 그의 말을 묵살하기 일쑤다. '영업 출신이어서 그런가 독선적이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쟁사가 유사한 방향의 캠페인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걸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하다.
그러다 월요일 아침부터 주인의식이니 영업 마인드니 하는 단어를 마주하니 화가 난다. 저런 말을 듣다 보면 도리어 일하고 싶은 마음도 쏙 들어간다.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그동안 꾸역꾸역 정리해 둔 포트폴리오 파일을 꺼낸다. 오랜만에 이직 플랫폼에 들어가 구직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