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병원 진단을 다녀온 이후 유산이니 뭐니 그런 불안한 생각은 덜하고 있다. 아무일없이 아기가 잘 크고 있겠지, 그렇게 막연히 바랄 뿐이다. 또 신기하게 플라시보 효과인지 병원을 바로 다녀오고 나서는 갑자기 배도 다시 콕콕 쑤시는 것 같고 아침에 속이 미식 거리고 헛구역질도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일주일이 지나가고, 10주가 넘어가는데 다시 멀쩡 해졌다. 아니 몸은 임신전만큼 가볍고 아침저녁으로 미식거리던 그런것 마저 다시 사라졌다. 아니. 또 불안해야 하는 것인가. 다음 울트라 사운드까지는 거의 이주가 남았는데 또 이주를 불안해하고 괴로워해야 하면서 지내고 싶지 않다. 그냥 정말 괜찮을거라고 믿으면서 하루하루 지낼 수 밖에.
그래도 이번주는 야무지게 뭐가 자꾸 뭐고 싶었다.
엊그제는 대낮에 일을 하다말고 김밥이 먹고 싶고. 그래도 간신히 할렘에 있는 한국 음식집을 찾아서 김치, 참치 김밥을 시켜먹었지만 대실망 하고 말았다. 그래도 없는것 보단 낫다고 꾸역꾸역 다 먹었지만 정말 한국에서 김밥천국 이나 엄마가 만들어주는 그 참기름향과 단무지 그리고 달걀 야채가 아주 어우러진 그런 김밥을 먹고 싶은데 말이다. 아 지금 스타벅스에서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김밥이 간절하다.
만들어 먹으면 좋겠지만 그런 능력도 솜씨도 없다.
다른 임산부들도 이럴까. 나는 이렇게 탄수화물이 끊임없이 당긴다. 라면 빵 베이글 흰밥 이런것들만 먹고싶다. 좀 적당히 건강한것만 잘 챙겨먹으면서 운동도 잘하고 그런 임산부를 꿈꿨지만 하루하루 흰쌀밥 빵을 놓지 못한다. 어제도 중국식 라면을 먹으러 다녀왔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와 더불어 이상하게 다른 군것질이나 단것 뭐 과일도 그닥 안당긴다. 배가 고프면 뭔가 불안하고 속이 불편하고 또 그렇게 꾸역꾸역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불편한.. 먹고도 편치 않고 안먹으면 더 편치않는 시간들이 간다.
어제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회사 동료 부부와 다녀왔다. 작년에 이쁜 아기를 낳아서 1년이 채 안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부모님이 가까이 계셔서 아기를 봐주실 수 있고 또 이렇게 종종 단둘이서 데이트를 나와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리는 과연 애를 낳아서 그런 가족들 도움없이 단둘이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한편으로 했다.
그래도 여기 친구들은 내가 술을 먹는다고 하든 아니든 별로 신경을 안쓴다. 뮤지엄을 갔다가 아이리쉬 바에서 뒷풀이로 맥주를 한잔 하겠다고 갔는데 나혼자 쌩뚱맞게 스프라이트를 시켜도 별로 말이 없다. 속으로 내가 임신일까 생각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빨리 12주가 넘고 좀 편하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런데 한편으론 당장이라도 아기가 잘못되었을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일단 입을 꾹다문다.
내일은 낮은 혈소판 수치 때문에 혈액 전문의를 만나기전 피검사를 하러간다. 지난번 검사후 더 내려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는데 또 지중해 빈혈인지 뭔지 유전성빈혈일 가능성도 염두하라는 당담 의사 선생님과의 이야기 때문에 불안하다. 지금 빵만 먹을게 아닌데. 그래도 지난번 병원 방문후 아이런 (철분제?) 를 따로 챙겨먹고있다. 그닥 몸에 다른점을 못 느끼겠는데-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한건 느낌적인 느낌일지도.
뭐 임산부 관련된 포럼도 가입을 했고 책도 들쳐보고 팟캐스트도 몇개 들어봤는데 별 감흥이 없다.
증상도 개인마다 다 다르다고 하고, 그주 그주 아이가 성장해 가는데... 성장하는데 매주가 다 중요한 것 같고 (아니 덜 크리티컬한 주가 있을까), 뭐 포럼에서는 부모님께 어떤 서프라이즈로 알릴까요 하는데 뭐랄까그렇게 공감이 가거나 지금 그게 내 최고 걱정가리가 아니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저 무심한 임산부인가.
그렇게 또 한주가 간다. 시간이 더디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한편 시간들을 즐켜야 하는데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