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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1주 입덧을 빙자한 먹덧의 기록

먹고 또 먹고

by Citronmint

임신 11주 3일에 다다른 월요일. 주말을 또 야무지게 보내고 오늘은 남편 병원 정기검진을 따라 미드타운에 왔다가 남편이 병원 진단을 마칠 동안 가까운 한인 베이커리 뚜레쥬르에서 기다리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와 크로켓빵. 미국에서 산 게 이제 15년을 넘는데 그래도 어릴 적 먹던 크로켓빵은 정말 먹을 때마다 감탄하며 먹는다. 어쩜 이렇게 맛있는가.


커피와 고로케의 완벽한 조화


주말은 가득가득 야무지게 보냈다. 금토는 무지하게 추웠는데 금요일 하루는 집에 처박혀서 일도 안되고 그냥 어마무시하게 급 토마토 파스타가 당겨서 점심 겸 저녁으로 파스타, 미트볼, 피자까지 아주 그냥 동네 이탈리안 식당에서 시켜다가 배 터지게 먹었다. 이건 배달 오자마자 먹어서 사진 한 장 없다. 이상한 건 속이 계속 메슥거리고 배가 고플수록 더 힘들게 메슥거리고, 그러면 막 뭔갈 먹어줘야 할 것 같고 그래서 먹기 시작하면 ‘맛’을 느끼기도 전에 엄청 먹고, 또 막 정신없이 쳐묵쳐묵 하다가 보면 급 소화도 안되고 불편할 만큼 속이 안 좋고 또 그래서 저녁 내도록 소화불량으로 불행한.. 그런 바보 같은 패턴.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조절을 못하고 있다.


근데 또 그렇게 탄수화물 가득으로 잘 먹고 나면 다음날 아침은 아주 멀쩡하고 속도 편하다. 이것이 또 미스터리. 그래도 토요일은 심지어 급 밖으로 뛰쳐나가고 이 영하 날씨에 갈 곳도 없고 결정한 게 뉴저지에 있는 찜질방행!


임산부에게 그다지 권장 안 되는 건 다 하고 있는 느낌이긴 한데. 일단 찜질방에 가서 대중탕 이용 목욕 이런 건 안 하고 샤워만 하고 그냥 찜질방 식당에서 구운 달걀, 딸기 키위주스, 카레 같은 것만 시키 먹고 편한 라운지 의자에 앉아서 뒹굴 거리고 뭐 좀 뜨뜻한 방에 누워있다가 말다가 하다가 왔다.

아침 10시부터 먹으러 찜질방 왔다



그리고 저녁은 맨해튼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전에 가까운 냉면집으로 가서 냉면하나 돈가스까지 혼자서 2인분을 시켜다 또 쳐묵쳐묵 했다.

남편 너는 도가니탕 나는 냉면 돈까스 ㅎ


그리고 일요일에는 또 멀쩡하게 잘 일언 나서 과연-

날씨가 영상 9도로 따뜻했는데 센트럴 파크에 나가서 심지어 두 시간여에 걸쳐서 9마일 정도 (그러니까 14 km) 정도롤 조깅/걷기를 했다.

햇볕에 나는데 얼마나 포근하고 좋은지. 지난주 내도록 제대로 공원에 나와서 운동도 안 하고 실내에만 있었더니 뭔가 축축 쳐지는 기분이었는데 역시 이렇게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햇볕을 쬐고 나니 정말 살 맛 나는 느낌이 화악-

일요일 오전 조깅

그리고는 역시나 급 배가 고파진 우리는 원래는 집에서 만두를 빚어 먹는 게 계획이었는데 급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hotpot을 먹으러 갔다. 한 사람당 40불 정도를 내면 고기랑 야채 등등을 아주 실컷 먹을 수 있는데.. 역시나 또 정신없이 많이 먹고.. 오후 내도록 아니 밤 10시에 잠이 들 때까지.. 아니 새벽 2시에 깨서까지…. 계획 계속 소화불량을 외쳤다.


배가 빵빵해진 느낌이다. 어제 샤워를 하면서 스스로 한참을 들여봤다. 여전히 이게 지난 며칠간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배가 부른 똥배인지… 아니면 임신 11주 탓인지 미스터리. 근데 생각해 보면 예전 똥배는 이렇게 위쪽부터 빵빵(?) 한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몸무게를 쟀는데 지난주랑 별 다른 없는 52킬로 정도다. 다행히 며칠 많이 (먹자마자) 자고 한 것치곤 몸무게가 거의 안는 게 이상할 정도다.


암튼 오늘부턴, 이번주부턴 메슥거리는 것도 많이 나아진 느낌이고 좀 사람답게, 천천히, 조금씩, 폭식은 피하도록 해야지. 그래야 편하게 잠도 자지 이건 뭔.


오늘 오후엔 지난주에 혈액전문의 의사 선생님과 예약이 있다. 대체 혈소판 저하증이 어떤 건지 임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인터넷에도 그다지 정보가 많이 없고 오늘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봐야 겠다.


하아. 오늘부터 소식하기로 했는데 급 김밥이 당긴다. 남편 병원 마치고 또 한인타운에서 뭘 먹고 가야 하나 벌써 설레니…. 김밥세줄을 일단 기본으로 사고 그다음엔 순두부찌개? >_<


아기 생각은 안 하고 먹부림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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