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로 풀쑤어서 저염, 저당 백김치 만들기. 탱글한 도토리묵
저염저당은 디폴트(default) 값.
남편과 함께 살면서 서로 다른 식문화, 식사예절등이 달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중 ‘음식의 간’이 달라 힘겨웠었다.
남편은 맵고 자극적이고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선호하지만, 나는 조미료보단 천연재료에 덜 맵고 자극적이지 않고 식재료의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했다.
이 차이는 ‘국’에서 더 명확해지는데, 내가 만든 음식에
<짠맛>과 <단맛>을 추가하면 남편이 원하는 따봉인 맛이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와 건강함을 위해 거의 간을 하지 않은 국들을 먹는데, 예를 들어 미역국이라면 미역의 짠맛과 향을
최대한 느끼려 소금 조금 외엔 아무것도 넣지 않기도 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타협을 해서 참치액젓정도는 넣어주는 편이지만, 그마저도 물을 많이 넣고 한 스푼 정도 넣어주는 형태이다.
특히 당분을 절제하려 신경을 쓰고 있어서
당근이나 양파, 마늘의 단맛을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식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저염저당은 내 삶에 디폴트(default) 값이 되었다.
집에 고구마가 있어서 고구마풀로 백김치를 담가보았다.
매실청이나 뉴슈가를 넣지 않고 만들었는데, 단맛을 내줄 재료를 찾다가 집에 고구마가 싹을 틔우고 있어 얼른 소비해야 했기에 선택했다.
처음에는 맛이 밍밍하고 고구마가 씹히는 애매한 식감과 맛이지만, 3일 정도 지니고 나면 발효되어 백김치 특유의 톡! 쏘는 맛과 단맛이 올라와 저염, 저당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괜찮게 먹을 수 있다.(언니에게 인증도 받았다. 맛인증.)
배추를 절이는 동안 도토리묵도 만들어 보았는데
이제 사서는 못 먹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가루와 물을 1:5~6 비율로 넣어 풀어준 뒤, 잠시 불려준 후 약불로 젓고 굳혀주기만 하면 되니 자주 해 먹게 된다.
여담으로 미역전분묵도 해볼 예정인데, 전분을 내 위가 잘 소화를 해줄지가 관건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비교적 길어져 몸을 챙기는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생겼다.
그동안 저염과 저당은 다이어트만을 위한 공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건강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 영역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자투리시간을 잘 이용하고, 수시로 체크하고 내 몸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는 잘 느껴야 한다.
내가 저염, 저당으로 먹으니 내가 대접한 음식을 먹는 이에게 미안하지 않고 건강함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하고 더 연구하게 되고 정보를 찾아보게 된다.
재료값을 어디서 버느냐가 관건인데, 지금 나에게 무엇인지 몰라도 신호를 주고 있다. 날 노크하고 있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데 우선 지금은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다. 그냥 걸어야 한다. 지나가야 한다. 흐르는 물결에 몸을 맡겨서 흘러야 한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