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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령 Oct 24. 2022

얼떨결에 다단계 홍보 세미나 참석한 썰 풀어요

그저 독서모임이 좋았을 뿐인데

때는 5개월 전, 나의 잊지못할 추억(?)을 안겨준 건 한 개의 블로그 댓글로부터 시작됐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책을 읽고 실천하는 모습이 멋지시네요!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독서모임이 있는데 참여해보실래요?”


이런 댓글을 처음 받아봐서 그저 ‘내 글이 좋았구나’ ‘이런 사람들에게 눈에 띄다니 이로써 한 단계 성장하는구나’ 뿌듯한 마음뿐이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두부류로 나뉜다.


나처럼 초대받고 온 평범한 직장인, 학생, 취준생

vs 독서모임 리더들


독서모임 리더들은 대개 사업가이면서 이 모임을 최소 1년 이상 운영해왔다. 처음 온 사람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말걸어주고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노력을 끊임없이 칭찬하면서 이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대단한 건 매일 아침 같은 시간(대개 새벽 5-6시)에 일어나 zoom 독서모임을 진행한다. 격일로 참여하는 것도 정말 큰 의지가 필요한데, 매일 참여하는 사업가 리더들이라니… 같이 책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약간은 동경심도 일어난다.

한창 부자되는 책 많이 읽었던 때

온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한지 1달 정도 됐을 무렵,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고 멋진 옷차림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빨리 내 사업을 꾸리고 싶다’ 곱씹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수많은 리더들이 알고보니 다 같은 사업체의 일원인 줄 몰랐다”


독서모임의 리더들이 ㄷㄷㄱ 사업가라는 걸 알게 된 계기는 나도 모르게 신제품 세미나에 참석한 그 날이었다.


당시, 유명 자기계발 오프라인 강좌를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닐 때라 독서모임에서 아주 유명한 000교수님 강좌 티켓을 구했다고 했을 때, 나는 그걸 덥석 물어버렸다.


인터넷에 검색하니 강의도 재밌게 하시고, 꽤나 유명한 교수님이셨는데 이상하게 참여하는 강연회 검색이 안되는 것이었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나는 뭣도 모르고

 ‘역시 독서모임에 참여하길 잘했어’ 생각했더라지


강연회는 00대학교에서 진행했고, 독서모임 리더+나같은 독서모임 참여자들이 모여 강연회장으로 향했다.


건물 입구부터 4-50대 정도로 보이는 어머니들이 정말 이상할 정도로 많았고, 다들 정장을 차려입은게 특이하다 생각했지만 별의심없이 홀 입구로 들어선 순간… 웬걸


“000 000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마치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 같은 화려한 현수막과 포토존, 그 속에서 한껏 화려함을 뽐내는 사람들,

저마다 서로 알아보고 인사하는 친근함


통상 일반인들이 티켓주고 참석하는 순수한 오프라인 자기계발 강연회 분위기는 아니었다.


충격과 공포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ㅋㅋㅋㅋ


회사(?) 대표가 나와 인사말씀을 시작으로 회사 사명을 홀이 떠나가라 외치질 않나, 000교수님은 보이지도 않고 1시간 넘게 어떤 신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순간, “아- 나 지금 다단계 홍보 세미나”에 와있구나 뼈속까지 체감했다. 새삼 무서웠던 건 내가 보고 싶었던 000교수님의 강의는 또 어찌나 재밌던지, 꽤 오랜시간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회사 소개 - 신제품 소개 - (진짜 강연) - 회사(?)를 통해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 소개 - 또 다시 신제품 소개


내가 참석한 강연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래도 낸 돈이 아깝고 분하고 화가나 교수님의 강연을 끝까지 들었고 그 이후 내용은 당연히 듣지도 않은 채 홀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나를 초대한 그 사람의 카톡을 주저없이 차단.


여기까지가 나의 다단계 세미나 참석 썰이다. :)


—————————


지금은 그 날의 충격과 분노가 많이 사그라들어서 덤덤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여러가지 포인트에서 화가 나지만

zoom 독서모임을 몇 달 하면서 많은 리더들은 본인들을 “사업가”라고만 소개하지, 아무도 본인들이 같은 회사에 속한 일원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사업가’라고 지칭하면서 자세히 무슨 업종인지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순수한 자기계발 강연회인냥, 티켓비를 걷어갔으면서 강연회는 일부 챕터일 뿐이고, 메인은 업체 신제품홍보 세미나라니 ㅎㅎㅎ


이걸 속였다고 말하지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결론적으로 100% 순수한 “독서모임”은 아니었다는 스토리


돌이켜보니 꽤 치밀한 성격의 내 자신도 이렇게 얼떨결에 홀리는구나 싶은게 다시 한 번 정신 바짝차리고 살아야겠구나 각성하게 해준 경험이었다. 평생 살면서 안주거리가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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