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자)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줘 vol.11
매우 tmi이지만 빌드업을 위해 설명하자면, 저는 숏컷 헤어이며 화장을 하지 않고, 성별 구분이 없는 옷을 입는 것을 선호합니다. 미디어에 비슷한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던 차에, 드라마 <머니게임>의 주인공 '이혜준'을 만났어요.
심은경이 연기한 '이혜준'은 기획재정부의 사무관으로, 숏컷 헤어를 깔끔하게 넘기고 화장은 하지 않은 채로 출근합니다. 남색 셔츠와 회색 니트 조끼, 갈색 슬랙스와 크림색 니트, 네모난 백팩, 까만 로퍼. 매거진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따라하고 싶은 젠더프리룩'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는 등 소소하게 주목을 받았죠. 드라마 자체가 유명하지 않아 주목도가 아쉽긴 했지만 매회 거듭할수록 언급량은 늘어, 관련 인터뷰도 많이 진행됐어요. 한 인터뷰에서 심은경은 혜준의 룩에 대해 이렇게 말했죠.
"제가 표현해보고 싶었던 모습을
많이 투영시켰던 역할이에요.
메이크업은 오직 베이스만 하고
머리는 가르마를 타 포마드를 발랐죠.
혜준이는 자기만의 신념이 확고하고
일하기에 최적인 차림새를 선호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스커트는 입지 않겠다고
확실히 의견을 냈고,
가방도 여러 후보 중 백팩을 골랐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성상을
조금씩 바꿔보고 싶었죠.
그런데 이렇게 입으면 사람들은 말했어요.
'왜 옷을 남자 같이 입어?'"
-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중
오피스룩이랍시고 여성 캐릭터에게 H라인 스커트와 하이힐을 고집하던 다른 콘텐츠가 너무 갑갑했는데, 혜준이를 보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죠. (우리, 커리어우먼이지만 그런 옷 안 입잖아요?) 게다가 이런 캐릭터의 완성에 배우의 가치관이 반영된 점이 더욱 끌렸어요. 어떤 일을 하든, 어느 위치에 있든, 아마 자신의 가치관을 일터에 반영하고 싶은 여성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녹록치 않은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좌절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마찬가지로, 머리를 자르고 싶지만 자르지 못하고, 화장을 안 하고 싶지만 하는 여성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인터뷰이의 질문에 대한 심은경의 답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처음엔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스스로에게 압박을 주면
오히려 사방이 벽으로 막혀요.
그 대신 계속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천천히 변화할 시간을 주는 거예요.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는다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코스모폴리탄 인터뷰 중
*본 글은 뉴스레터 좋은 (여자)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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