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클럽 11월호
입소문을 탔던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가 후속편 <에놀라 홈즈2>로 돌아왔습니다. 1편의 슴슴한 흥행만큼이나 2편 역시 슴슴한 감상으로 봐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노가리클럽에서 굳이 영업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긴 했습니다. '에놀라'가 화면을 바라보고 시청자에게 말을 하는 '낯설게하기'식 연출은 1편 때부터 호불호가 갈렸는데요. 2편에도 동일한 연출이 반복돼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명석한 추리극을 기대한 추리 덕후들이 보기엔 다소 우당탕탕 성장기 같은 느낌이 강하고요. 그럼에도 이 작품을 소개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예요. 어느 빵 공장에서 생을 달리한 젊은 여성이 자꾸만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에놀라홈즈>는 "유명한 탐정 '셜록 홈즈'에게 여동생 '에놀라홈즈'가 있었다면? 그녀의 꿈도 탐정이었다면?" 이라는 상상에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1편에서 성공적으로 탐정 데뷔(?)를 한 후, 2편에선 자기만의 탐정사무소를 꾸려 본격적으로 사건 의뢰를 받게 됩니다.
2편에서 맡은 사건은 성냥공장에서 일하는 소녀 '세라 채프먼'의 실종 사건인데, 진실을 파헤칠수록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님을 직감하죠. '세라'가 일하는 성냥공장 '라이언'은 기존과 다른 흰색 성냥을 개발하여 소위 말해 대박을 칩니다. 미스테리하게도, 그 공장에서만 '티푸스'라는 질병이 횡행하여 숱한 여성들이 기형적 장애를 얻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죠. 공장의 경영주는 노동자보다 이윤을 더 생각했고, 진실을 은폐합니다.
'에놀라'는 사실 '세라'가 공장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으며 이를 공론화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고,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서요. '에놀라'와 달리 다른 여성 노동자들은 생계가 걸려있다보니 선뜻 목소리를 내기 망설였지만, 결국 다함께 발을 굴러 함성처럼 큰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다함께 손을 잡고 공장을 나와 물결을 만들며 걸어가죠.
"세라 채프먼이 주도한
성냥공장 노동자의 파업은
여성을 위해 여성이 행한
업계 최초의 사회운동이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이후 노동 환경이
한층 개선되었습니다.
작은 불씨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킵니다."
- 영화 <에놀라 홈즈2> 엔딩크레딧 중에서
날씨가 추워지니 호빵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케이크를, 평범한 일상의 순간에서 달달한 빵과 아이스크림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어린 여성을 위해 간판없는 붕어빵 가게로,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으로, 동네 슈퍼로 발길을 돌립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각자가 발을 구르는 방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건 제가 발을 구르는 방식이죠. "그런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오만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작은 불씨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킨다고요.
* <에놀라 홈즈2>는 넷플릭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글은 뉴스레터 '노가리클럽'에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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