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책을 보려고 할까?
회사 다니면서 사표 쓰지 말고 책 쓰자
어린 시절 책은 다가가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시골 동네에 부자였던 과수원집 마루의 키 큰 책장에 있던 두꺼운 세계사 전집이 전부였다. 교과서는 형, 누나들로부터 대물림되어 표지가 낡은, 누더기 책이 전부였다. 부모님들은 책에 관계된 일이라면 집안 구석에 있던 쌀을 팔아서라도 책값을 마련하셨다. 책을 접하기 어려웠던 당신들에게 자식의 배움을 위한 책값은 한 해의 농사보다 소중했다.
나이가 들어 책을 통해 지식을 쌓아가는 시기가 되었을 때도 책은 여전히 어려운 물건이었다. 중학교 시절 돈이 절실히 필요한 때에는 사서 몇 번 보지 않았던 참고서를 중고서점에 팔아 용돈을 한 적이 있다. 그 시절의 책은 그저 학교 수업을 받는 데 필요한 도구였다. 책은 한번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보지 않는 물건이었다.
시간이 흘러 3차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생활 구조가 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무선 인터넷 시대는 글, 그림, 동영상으로 서로의 지식을 교환하는 시대이다. 기술이 진화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상대방에게 전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수익을 얻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쓰는 것이다. 책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잘 정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함으로써 자신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책 쓰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며, 힘든 작업이다. 어린 시절 다가가기 어려웠던 책을 직접 쓴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근래 들어 이런 고통과 힘듦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자신만이 가진 전문적인 분야를 책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전문가로 자신을 브랜딩 하기 위해 글쓰기를 통해 책을 출간하고자 한다. 특히 직장인들은 자신이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해온 일을 경험으로 자신만의 책을 쓰고자 한다. 매년 1월 1일에 떠오르는 둥근 해를 보며 자신만의 일 년 목표를 세울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자신만의 책을 쓰는 것이다. 그들은 책을 쓴다는 의미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임과 전문가임을 알리는 일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책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침에 출근하면 회사 일에 온 힘을 쏟아야 하며, 간혹 생기는 여유 시간도 오롯이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 수 없다. 대부분 회사는 개인의 일탈을 허용하지 않는다. 함께 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며 일과 이후의 삶도 회사 일의 연장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로 인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팀워크를 위한 회식이며, 부서의 단합을 위한 일들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강조하며 업무 이외의 시간은 개인적인 생활을 추구하도록 강조하지만, 여전히 현실은 다르다. 잔업과 야근으로 늦은 퇴근을 해야 하며, 모든 생활의 중심은 나 자신이 아닌 회사다. 나만을 위해 내가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높은 벽이 존재하며 극복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교 시절 유명했던 젊은 시인이 썼던 시 제목 중에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바쁘면 환절기에 만나자”라는 시가 있다. 바쁘고 힘든 시기에 자신만의 시간을 찾고 그 방법을 통해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고자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쁘지 않았던 시절, 힘들지 않았던 시절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힘든 시절을 잘 이겨내고 견디며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않았는가.
회사에 다니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글을 쓰고 책을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업 작가의 글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경험한 나만의 이야기를 글로 씀으로써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고 이를 통해 내가 목표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아직도 엔지니어로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이공계를 전공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글을 쓸 기회가 많지 않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보고서나 이메일을 작성할 때 외에는 글을 쓸 기회가 많지 않다. 책도 누군가 선물로 준 책의 몇 장만 보고는 애들 방 책꽂이에 두고 다시는 찾지 않았었다. 책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라는 보물을 알지 못했으며, 현실을 살아가기에 바쁜 날들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5년 후,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오늘 변하지 않으면 5년, 10년 후의 나의 모습은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도 여전히 현실에 대한 고민과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을 것이며, 미래를 걱정하는 삶을 살 것이었다. 그때부터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책을 읽고 목표를 정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마치면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양의 책을 읽었다. 주말이면 밤늦게 혹은 새벽까지 책을 읽으며 독서량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책을 읽다가 손흥민이 출전한 토트넘 경기가 열리는 4시 반에 TV를 보고 아침 6시에 잠이든 경우도 있었다.
독서량이 많아지면서 책 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글쓰기 전문작가나 대학교수들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책을 쓰고 싶어졌다. 인터넷을 찾아 정보를 구하고 아는 분의 도움을 받아 나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책 쓰기가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나만의 글을 썼다. 나의 살아온 이야기, 나의 삶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글을 썼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라는 글쓰기의 명언이 실감 나는 시간이었다. 초고, 1차 퇴고, 2차 퇴고, 최종 마무리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마침내 나만의 책이 완성되었다. 회사에서 퇴근하면 작은방에 들어가 몇 시간 동안 노트북과 씨름하며 수정을 하고 자료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거쳤다. 다음날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에도 책 쓰기는 멈추지 않았다. 간혹 부족한 잠으로 인해 오후 근무시간에 책상 앞에서 졸기는 했지만.
책 쓰기가 마무리되고 출판사에서 정한 규격을 맞추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출판사도 자신들의 출판 규격에 맞는지, 내용이 맞는지에 대해 엄격히 심사한다. 그런 후에 일반 유통사에 넘기면 책 출간의 모든 일은 끝난다. 최종 마무리된 책을 유통사에 넘긴 날의 기분은 이제까지의 그 어떤 희열과 흥분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내 생애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이제 고객들의 선택만 받으면 된다.’ 고생한 노력만큼 큰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책을 쓰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시간의 제약이 그 첫 번째이며, 생활의 변화를 해야 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책을 쓰는 것은 분명 자신의 인생의 큰 변화이며, 미래를 위한 큰 도전이다. 실천하는 도전은 미래의 큰 자산이다.
직장인이 책 쓰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글쓰기를 해보지 않아 책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문작가와 같은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톨스토이가 되고자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글은 없다. 다만 완성된 글만 있을 뿐이다. 직장인으로서 삶의 버킷리스트에 책 쓰기를 추가하는 행복을 지금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