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지 말고 일단 써라.

회사 다니면서 사표 쓰지 말고 책쓰자.

by 원영대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일주일에 한 번 있던 작문 시간에 선생님이 내주신 문제는 200자 원고지 10장에 자신의 미래에 대해 쓰라는 것이었다. 공고를 다녔던 우리는 당장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였고, 돈을 모아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나의 미래를 글로 쓰는 것은 단 몇 줄이면 되었다. 그런데 10장을 쓰라니...


결국 원고지를 앞에 두고 눈싸움만 하다가 두 줄을 쓰고는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나의 미래는 빨리 취업을 나가 돈을 많이 벌어서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는 것이다.’ 선생님이 내 글을 볼까 봐 얼른 제출을 하고 도망치듯 교실을 나온 기억이 있다. 아마도 반 친구들 중 대다수는 글자 수만 다를 뿐 비슷한 내용을 적었을 것이다. 매년 마지막 작문 시간에 이러한 시간을 갖는데, 원고지에 적힌 내용은 시간이 흘러도 비슷했다.

글쓰기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으면 머리가 빈 것 같은 공허한 기분이 든다. 글을 쓴다고 시작은 했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글쓰기는 문법도 알아야 하고 어법도 맞아야 한다고 들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단어가 틀리고 어법이 맞지 않아 선생님께 혼난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유명 작가들처럼 멋진 글을 쓸 수 있을지 걱정된다.

내가 그들과 같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내가 황순원의 ‘소나기’ 같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글쓰기를 시작하는 우리의 글은 다소 서툴고 투박하다.

하지만 평범한 나의 일상을 주제로 글을 시작해보자. 나의 살아가는 이야기, 속상한 이야기, 눈물 나는 이야기는 훌륭한 글쓰기의 주제다. 시작이 반이다. 무엇을 쓸 것인가에 대한 주제 선정이 어려울 때 참고할 내용을 정리하였다.

1) 내 삶의 모든 일상을 주제로 삼자.

글쓰기는 나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나열하고 거기에 나의 감정과 느낌을 더하는 것이다. 어떤 특별한 주제가 아닌 아침 출근길에 일어난 일, 점심을 먹으며 느꼈던 일들을 정리해서 쓰는 것이다. 글쓰기의 주제는 온 사방에 있으니 특별한 것이 아닌 나를 주제로 글쓰기를 시작하자.


2) 가장 편한 주제로 글쓰기를 하자.

사람마다 자기에게 가장 친근하고 편한 주제들이 있다. 운동을 좋아하면 운동을 주제로, 쇼핑을 좋아하면 그것으로 주제를 정하면 좋다. 자신이 좋아하고 친근한 것이 글쓰기도 편하다. 이러한 주제는 글쓰기에 속도가 붙고 글을 쓰면서 미소를 짓게 한다. 내가 한 여자를 좋아하는 일을 글로 쓴다고 상상해 보라. 글을 쓰면서 입가에 미소가 생길 것이다. 그와 데이트했던 날들의 일상을 주제로 글쓰기를 한다면 몇 페이지의 글은 순식간에 완성될 것이다.


3) 내가 살아온 날의 추억을 주제로 쓰자.

사람은 누구나 추억이 있다. 슬픈 추억, 행복했던 추억을 가슴에 안고 산다. 부모님 속을 썩였던 일, 고향을 떠나오며 울컥했던 일등. 추억 속의 일들은 글쓰기로 훌륭한 주제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글을 쓰면 자신의 옛일을 회상할 수 있다. 잊혔던 지난날의 그리움이 살아나기도 한다. 대기업 회장들이 은퇴를 즈음하여 회고록을 쓸 때 어린 시절의 분량이 많은 것은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하며 그 시절을 추억하고 회상하는 즐거움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쓰기의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멋진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나를 위한 글쓰기 주제를 찾는 것이 좋다.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이 된다면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 업무회의나 커피를 마시면서 휴대전화 메모장이나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상에 대해 간단히 메모하자. 메모된 주제를 정리하면 많은 양의 글쓰기 주제를 만들 수 있다. 길을 가다 문뜩 떠오른 주제가 있다면 간단히 메모하자. 10초면 하나의 좋은 주제를 만들 수 있다. ‘오늘 회사 분위기는 전쟁터네’, ‘우리 회사의 올해 보너스는 얼마일까?’처럼.


글쓰기는 우리의 일상을 주제로 하는 것이 좋다. 멋진 주제를 찾는다고 고민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는 숨김없이 망설이지 말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거짓이 아닌 진실을 써야 한다. 그래야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다. 나의 글은 다른 사람이 나의 삶을 느끼게 하는 훌륭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은 아이디어를 생산하기보다는 체계적인 조직의 힘으로 많은 물건을 생산하고 반면 원가를 줄이는 노력을 하는 집단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보다는 정해진 틀 안에서 새로운 지식과 노력으로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생각의 틀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게 된다. 이러한 생활에 익숙해진 회사원들은 새로운 일을 접하면 우선 망설인다.


‘내가 아이디어를 내면 내 상사가 어떻게 생각할까?’ ‘이것을 얘기하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는 거 아냐?’ 의심이 들고 망설임이 시작된다. 결국 입을 굳게 닫은 채 남들이 정해 놓은 방법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내 마음 안에 커다란 성벽을 쌓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는 망설임 없이 써야 한다. 남이 정해준 틀도 없으며 다른 사람이 정해준 기준도 없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즐거운 주제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망설임은 글쓰기의 영원한 적이다. 고등학교 시절 원고지를 앞에 두고 몇 시간 동안 원고지와 눈싸움만 하다가 나온 것처럼 글쓰기를 하면 안 된다. 시작을 했으면 망설이지 말고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써야 한다.


회사 주변에서도 글쓰기의 주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회사 생활 잘하는 법, 보고서 잘 쓰는 법, PPT 잘 만드는 법등 평소 회사 업무를 하면서 익햤던 기술들을 정리하면 한 권의 책이 된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료는 동호회 잘 찾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남들이 생각하기에 그게 무슨 책이 돼? 하고 가끔씩 애정 어린 비난을 하지만 이러한 주제 또한 훌륭한 글이 된다. 그가 했던 일은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 망설임 없이 꾸준히 글을 썼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른 동료들이 그의 블로그를 보며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내가 회사원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를 망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첫 글은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글이었다. 유년 시절부터 청소년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는 과정을 글로 표현했다. 글을 쓰며 옛날의 추억도 함께 되새기며 가끔은 그 시절을 회상하곤 했다. 글쓰기가 준 덤이었다.


나는 회사일을 하면서, 현장에 들어가 설비를 보면서 오늘은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하는 고민을 했다. 떠오르는 주제나 글감이 있으면 바로 휴대폰에 기록을 했다가 퇴근하고 그 주제로 글을 썼다. 가끔씩 회사에서 생각했던 글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쉼 없이 글쓰기의 진도를 나갔다. 글쓰기의 주제가 다양해질수록 나의 글쓰기에 대한 목표가 새롭게 생기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망설이지 않은 대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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