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지나며 아내가 팔뚝을 가리키며 말한다. 피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아내는 전국에 있는 좋다는 한의원이며 피부과를 찾아다니며 한약과 양약을 먹어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온천도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연안부두에 있는 해수탕이 가려움증을 해소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영업하는지 모르겠네."
"이제 코로나도 거의 끝났는데 영업하겠지."
전화기를 찾아 연락을 해보니 정상영업 중이라고 한다. 급하게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해수물을 받아 올 생수통까지 준비를 하고 차를 몰아 연안부두로 향했다. 집에서 해수탕이 있는 연안부두까지는 30분~40분 정도 걸린다. 바다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연안부두에 갈 때마다 느낀다. 갈매기 소리가 오랜만에 바다에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바닷바람 때문인지 짠 냄새가 코끝에서 살살 풍기는 듯했다.
"명진 해수탕"
코로나 전에는 거의 매주 방문하던 곳이다. 아내가 피부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덜어주는 것도 있었지만 사우나를 좋아하는 내 욕심도 있었다. 차를 타고 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어린 시절 다녔던 목욕탕 추억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아 자주 찾아오게 되었다.
외관은 옛날 동네 목욕탕과 같고 화려한 사우나와 같은 멋진 건물은 아니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모습이다. 입구 옆에는 가끔씩 주인아저씨가 잡아온 생선을 아주 싼값에 판매를 하기도 한다.
해수탕 금액은 인당 8천 원이다. 처음 왔을 때가 6천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세월이 지나면서 해수탕 가격도 조금씩 올랐다. 여탕은 1층에, 남탕은 2층에 있다.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면 제일 먼저 구두를 닦는 분이 제일 먼저 맞이해 준다. 옛날 풍경 그대로다. 늘 슬리퍼나 운동화를 신고 왔기에 구두를 닦을 기회가 없었다. 슈사인 보이가 유명했던 시절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락커룸과 열쇠도 예전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원형으로 된 플라스틱 모형에 라면 면발과 같은 구불구불한 선이 연결이 되어 있고 마지막에 쇠로 된 열쇠가 있다. 옷을 벗고 문을 잠근 후에 열쇠는 한쪽 다리에 걸친다. 움직일 때마다 철컥철컥하는 소리가 난다. 숫자나 디지털 키에 익숙한 지금의 세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리라.
락커 옆에는 이발소가 있다. 옛날식 이발의자가 두 개 놓여 있고 나이 지긋한 이발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긴 면도칼로 얼굴에 있는 모든 털들을 밀어버리고 머리도 깔끔하게 다듬는다. 전기면도기와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대도시에 예전의 이발 도구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다. 매번 시간에 쫓겨 이발을 할 기회가 없었지만 언젠가는 꼭 멋진 이발사에게 내 머리를 다듬는 행운을 맛보리라.
해수탕 안은 옛날식 욕조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중앙에 작은 탕이 마련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해수 온탕 그리고 정면에는 해수 냉탕이 마련되어 있다. 해수 냉탕 옆으로는 습식과 건식 사우나가 마련되어 있다. 나는 건식보다는 습식 사우나를 좋아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뿌연 습기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고 뜨거움만이 보이지만 온 몸에서 흐르는 땀을 느끼는 것 또한 습식 사우나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사우나 옆에는 작고 오래된 침대가 있다. 세신사께서 사용하는 침대다. '세신비 15000원'. 어릴 적에는 때밀이 아저씨들이 사람들 때를 밀고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을 많이 들었다. 아마도 '떼돈' 이 '떼돈'으로 둔갑하여 사람들 입방아에 오른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오랜만에 찾아왔지만 나이 드신 세신사 아저씨는 여전히 오늘도 다른 사람의 등이며 다리를 미느라 바쁘시다. 몸을 씻고 사우나와 해수 냉탕을 오가며 땀을 흘렸다. 습식 사우나에 세 번 들어가면 건식 사우나는 한번 정도 들어간다. 이렇게 몇 번씩 냉온탕을 번갈아가며 땀을 흘리다 보니 기력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땀이 빠지며 기운도 함께 빠지는 듯하다. 하지만 우울했던 정신이 맑아지며 깨끗한 기분이 드는 것은 해수탕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작고 오래된 해수탕이지만 내게 허락한 몇 시간은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새롭게 깨끗하게 씻어내고 가뿐한 기분으로 문을 나선다. 명진 해수탕을 나서자 서해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 냄새가 향긋하다. 여름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코끝에는 여전히 습식 사우나의 쑥 향기가 퍼지고 얼굴은 해수물로 마사지한 티가 난다. 작은 요구르트 하나를 마시며 추억을 되새김질한다. 그 시절에 느꼈던 목욕탕 냄새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