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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대 Jun 10. 2022

회식은 왜 2차가 기본일까?

삶에 잡초는 없다.

"우리 2차 가자. 맥주 한잔 더 해야지."

"좋지요. 시원하게 한잔 더해야지요."

"그래. 치맥으로 한잔 찐하게 더하자."


오랜만에 삼겹살을 안주 삼아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회식을 했다. 그동안 코로나로 함께 모일 날이 없었던 탓인지 구워지는 삼겹살보다 비워지는 소주병이 더 많았다. 소주잔을 들이켜는 속도는 비행기보다 빨랐다. 테이블에 널브러진 소주병과 맥주병은 어느새 사각형 테이블이 부족할 정도로 가득 찼다. 뉴스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이천 소주공장에서 소주가 출하되지 못해 일반 식당이나 편의점에 소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소주가 들어있는 냉장고를 쳐다본다. 우리가 마실 소주는 넉넉하게 채워져 있다.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후로 몇 순배의 술잔이 돌고 여기저기서 건배 소리가 쩌렁쩌렁 울릴 때쯤 삼겹살 회식은 마무리가 되었다. 문을 나서는 그들은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게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술기운 탓인 걸까? 나 마저도 모든 게 예쁘게 보이고 즐거웠다. 그래서 술이 마약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한 무리 짐승들처럼 의미 없는 얘기만 계속한다.


"2차 가자. 맥주 한잔 더 해야지."


누군가 호기롭게 2차를 외치자 기다렸다는 듯 오케이를 외치며 서로들 앞서 나간다.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다는 듯이 맥주집으로 향한다. 삼겹살은 치킨을 부르고 소주는 생맥주를 따른다. 세대가  변하면서 1차를 9시까지 먹고 일찍  들어가는 회식문화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2차를 외치며 치맥을 찾아 떠나는 술 사랑꾼들이 많다.


치맥을 즐기다 보면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리지만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마도 집에서 오는 전화일 것이다. 점점 시간 개념이 없어지고 눈앞은 침침해진다. 생맥주를 넘기는 목 구녕은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다. 오로지 벌건 얼굴색과 높아진 목청이 남아 있다. 홀로 남겨진 차가운 치킨이 불쌍하게 느껴질 뿐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하는 회식이 누구에게는 활력소가 되고 다른 이 에게는 핑계를 대고라도 빠지고 싶은 모임이다.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 또한 다르다. 가끔씩 나도 회식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가 없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고 많은 술자리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고 2차를 외치는 사람이 좋다. 술이 아닌 그가 외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좋다. 비록 제정신이 아닐지라도 치맥을 함께 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는 것이 좋다. 삶이 녹록지 않은 지금, 내가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곳에 삼겹살이든, 치킨이든 함께 한다면 삶은 조금 더 여유로워질 것이다. 삶의 회식은 언제나 1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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