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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영대 Feb 19. 2024

주말 부부로 살기_시작하기

삶에 잡초는 없다.

되돌아보니 40년 가까이를 한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멋모르는 20대에 시작한 사회생활이 어느덧 50대 중반을 넘기게 되었다. 뒤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던 세월인데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해 보니 참 오랜 시간이다. 그동안 가정을 이루었고 아이들도 태어나 잘 자라주었고 이제는 스스로 제 역할을 하고 있어 뿌듯하다. 논밭 가득했던 허허벌판에는 초고층 빌딩이며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내가 살아온 시절만큼 이 도시도 나이를 많이 먹었다.


회사를 떠나는 이유야 백가지가 넘고, 남아서 버터야 하는 이유 또한 백가지가 넘지만 난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이 때론 기억도 나지 않은 아련한 추억이지만 많은 기억이 숨 쉬고 있는 이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퇴직 절차를 시작하고 몇 차례 송별식을 끝내고 나니 이젠 정말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련과 아쉬움은 그저 평범한 감정에 불과했다. 현타가 오기 전까지는.


퇴직을 하기 전부터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고 입사 일자를 받았다. 여러모로 신중하게 결정했기 때문에 37년을 다닌 회사를 퇴직하는 것이 그리 눈물 나게 서럽지는 않았다. 퇴직을 하고 열심히 백수 놀이를 하던 중에 회사에서 1주일 정도 미리 입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새해 시작을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시작이 빨라진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조급해졌다.


제일 급한 것이 지낼 숙소를 구하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일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수용인원이 적고 일반 사원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임원 배지를 달고 입사하는 나에게는 차례가 돌아올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시간에 소요시간을 여러 번 확인했는데 최소한 왕복 4시간 이상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지!!!!! 시간도 아깝지만 출퇴근 시간이 부담되어서 업무도 제대로 못할 것 같은데..'


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들을 설득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먼저 출퇴근을 해보고 결정하자는 집사람 의견을 끝내 거절하고 바로 회사가 있는 동탄 근처에 숙소를 구하기에 돌입했다. 오산과 동탄에 있는 동기들,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싸고 좋은 숙소를 구해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LG전자 퇴직을 하고 동탄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친구를 수소문해서 만났다. 하늘이 도운 것이다.


 친구를 통해 회사 근처 오피스텔을 얻었다. 좋고 나쁨을 떠나 우선 회사를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주차장이 넓어서 좋았다. 아직 이곳 지리에는 익숙지 않아서 위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주위에는 작은 식당과 화려하지는 않지만 혼술을 할 수 있는 술집도 있었다. 급하게 계약을 하고 필요한 짐을 옮기고 나니 새로운 삶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나의 홀로 생활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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