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적응하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나씩 일을 배우면서 부품 책을 참 많이 읽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기초 전공서적보다는 실제 필요한 부품이 중요했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출근하면서 읽었던 책 중에 구본형 씨가 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에는 변화의 갈증이 매우 높았던 시기였습니다. 원치 않았던 회사에 급하게 입사를 하고, 휴일도 없이 출근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차도 없이 전철 타고 통근버스 타고 한 시간 반이 넘는 출, 퇴근을 하면서 미래에 대해서 생각한 것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어떻게든 여기서 버텨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사가 되고 사장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앞으로 유능한 업계로 완전히 직종을 바꾸는 것입니다. 당시는 벤처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습니다.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벤처캐피털의 도움으로 창업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내가 IT업계로 전향이 가능한가? 당시에 읽었던 책들의 주제는 변화였습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그런 나에게 가치의 개념이 변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가치를 창출하란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컴퓨터라는 분야에 관심은 많았지만 코딩하나 할 줄 모른 채로 강남의 유명한 교육기관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전공을 버리고 일 년을 컴퓨터 공부에 전념했습니다. 내방을 메우고 있던 공학 서적을 깡그리 치우고 컴퓨터 서적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200만 원이 넘는 컴퓨터 전공서적을 구입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했습니다. 노트북을 구입해서 밤 낮으로 코딩을 공부했습니다. 대학시절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불과 일년이란 시간안에 전공을 완전히 바꿔야했습니다.
당시는 <광수 생각>이란 짧은 칼럼식의 만화가 유행했습니다. 짧지만 보여주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아서 좋았습니다.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면 그 책을 종종 읽었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두려웠기 때문에 마음에 힘이 되는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책들 중에 잭 캔필드가 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와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다 보면 자주 접하던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 유명하다던 작품들은 그때 다 보았습니다. <바람의 검심> <원령공주> <공각기동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통해 애니메이션 세상도 경험했습니다. 만화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일본 문화에 매혹되면서 영화 <러브레터>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릅니다. 이후로 일본 영화와 책을 조금씩 챙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읽었던 책 중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은 참 기억에 남습니다. 조직을 260년이나 장악한 리더십에 매료되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 <대망>이라고 소개된 책 몇 권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32권 전집이 집에 있습니다. 삶의 목표 중에 하나는 제대로 32권 전부를 읽는 것입니다. '삼국지를 읽었다면 다음은 <대망>이다' 라는 말에 구입한 책입니다. 참고로 <대망>12권은 우리나라가 일본에 감정이 좋지 않을 때 번역된 책으로, 이름을 <대망>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절판되고 이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쓰>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전으로 이어서 읽었던 책이 민음사에서 나온 사마천의 <사기>였습니다. 벽돌 책 두 권으로 된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자가 많지 않아서 읽기 편했습니다. 한 번에 전체적인 맥락은 어렵지만 이야기 하나하나에 지혜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꼭 다시 읽어보려고 합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힘, 인간관계의 핵심을 원했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고전적 자기계발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중에 뭐니 뭐니 해도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제공한 책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습니다. 유망한 직종으로 전직도 하고 일도 시작했지만 뭔지 모를 답답함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빛을 준 책입니다. 직장인으로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남에 밑에서 일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와서 팔리는 것을 보면 명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때 딱 한 번 보고 책장에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보지 않아도 책의 메시지는 그만큼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보면서 삶의 방향을 조금씩 정립해 나갔습니다. 절대 안주하지 말자. 항상 변화에 눈을 뜨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