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나가기 전 나를 바로 세우기

by 행동하는독서


복학생이 된 후에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더 증가했습니다. 제대하면 뭐라도 다 할거 같았는데 실상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대학원 진학 목표를 세우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새벽시간,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면 칸막이가 있는 조용한 구석에 자리를 잡습니다. 새벽에 한번 자리를 잡으면 그날은 내 자리가 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도서관에서 내가 가장 많이 본 책은 <롱맨 영영사전>입니다. 목표로 한 대학원이 토플 수준의 영어시험을 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매일 아침마다 먹던 김밥이 생각납니다. 얼마나 질리게 먹었는지 지금도 김밥은 잘 먹지 않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하던 열정적 20대 시절입니다.


도서관에서 머리를 식힐 겸 짬짬이 읽은 책들은 에세이 류가 많았는데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나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입니다. 우연히 도서관 책 사이를 배회하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제목이 끌려서 읽었는데, 이 책이 그렇게 유명한 책인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짧은 순간에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도서관이 하나의 나만의 놀이장소 같았습니다.


그때는 컴퓨터가 집집마다 막 보급되는 시기라서 컴퓨터라는 신문물에 대한 호기심이 막 발동 했습니다. 자기의 경험으로 컴퓨터 책을 쓰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용산 컴퓨터 상가로 아르바이트를 다니던 친구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전유성처럼 한다>라는 책은 빅 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컴퓨터 책을 많이도 사서 읽었습니다. 지금이야 웬만한 것들은 블로그나 유튜브를 봐도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그때는 느려터진 PC 통신 아니면 책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세진 상가가 컴퓨터 유통혁명을 만들어내며 컴퓨터 보급에 일조를 했습니다.


당시 정말 충격적인 것 중에 하나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출현입니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가 홍대 근처에서 컴퓨터 게임 제작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놀러 갔다가 <스타크래프트>를 만났습니다. 게임에 감탄하는 사이 세상은 봇물 터지듯이 이 게임으로 물들어갔습니다. 갑자기 친구들 친목 장소는 당구장이 아닌 PC방이 되었습니다. 모든 산업은 게임과 성인물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게임을 필두로 컴퓨터에 친해지며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훗날 컴퓨터 IT로 전향하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당시는 윈도우즈가 출현하며 빌 게이츠가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릴 시절입니다. 그래서 컴퓨터 성공자의 책은 꽤 잘 팔렸습니다. <빌 게이츠의 미래로 가는 길>, <생각의 속도>등은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꼭 사봐야 할 것 같은 책 들이었습니다. 레스터 서로 우 교수가 쓴 <지식의 지배>라는 책도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이 집집마다 빠르게 보급되고 컴퓨터 회사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로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시대를 준비했던 많은 기업들은 지금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아마존 같은 기업들입니다.


제대하고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습니다. 호텔에서 서빙도 해보고, 학원에서 아이들도 가르쳤습니다. 노가다는 기본이고, 시험지 만드는 곳에서 운반도 했습니다. 장난감 가게 창고 관리, 봉제공장 제단사 보조, 공장에서 기계조작 등 별별 아르바이트를 다 했습니다. 그리고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그럴수록 성공에 대한 갈망은 커져갔습니다.


서서히 성공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었습니다. 종로 서적에 나갔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서 구매했습니다. 영어 공부도 같이 하려고 원서도 함께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원서는 지금도 거의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집에 가도 이 책이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보니 꽤나 팔린 책이 맞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매했던 책입니다. 지금까지 참고서적럼 이 책을 찾아보곤 합니다.


다시 삼국지를 읽었습니다. <이문열의 삼국지> 10권 책이 당시에 꽤 유명했던 책입니다. 이문열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생각이 많이 들어갔던 책이라 말도 많았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 표지에도 평역이라고 과감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지금도 편파적이라고 하는 독자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고우영 씨가 쓴 <만화 삼국지>도 본 적이 있습니다. 작가마다 나름대로 해석하는 방법에 조금씩 차이를 가지고 있어서 그냥 나관중의 삼국지를 그대로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이현세의 <만화 삼국지>를 전자책으로 다운로드해서 둘째와 같이 보기도 했습니다.


IMF가 터지고 대학원 수용 인원이 제한적으로 바뀌면서 3년이나 준비했던 대학원 목표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 계획을 다시 세워야 했습니다. 20대를 준비하며 해왔던 것들은 다 소용이 없어지고 오로지 남은 것은 짬짬이 읽었던 책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경험해 보지 않는 세상'을 준비하는 방법은 다시 새로운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의 체질을 더 빠르게 디지털로 바꾸어가야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갈 때는 컴퓨터조차도 희귀한 물건이었는데, 졸업할 때는 집집마다 컴퓨터와 노트북을 넘어, 누구나 손에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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