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지만 소설이있어서 좋았던 군대시절

by 행동하는독서


경기도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보병이 되어 전방에 배치되었습니다. 보통은 기계과 전공이면 포병이나 전차병으로 가곤 하는데 그야말로 군 생활이 꼬였다고 봐야죠. 훈련을 나가면 밤 낮으로 걸었습니다. 전방은 훈련이 없으면 공사, 공사가 없으면 훈련의 연속입니다. 그나마 철책으로 들어가면 따분하긴 해도 한결 생활이 편했습니다.


군 생활할 때<모래시계>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모래시계 시청으로 점호를 대처했을 정도로 인기가 하늘만큼 높았습니다. 얼마나 인상 깊었으면 제대하고 전편을 다시 보았습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주인공으로 나오던 이정재를 처음 본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모래시계>만큼 인기 있는 군대 드라마가 있었는데 바로 장편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머나먼 쏭바강>입니다. 베트남 파병을 소재한 드라마로 군인이라면 그냥 넘어갈 순 없었습니다. 베트남 여배우가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


군대에서 독서는 제한이 많습니다. 드라마도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없었고 책도 소대에 비치된 책만이 유일한 읽을거리 입니다. 쫄병때는 개인 책을 반입해서 읽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습니다. 이등병 때는 책을 거의 읽지 못했지만, 일병이 되면서 자유 시간에 조금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을 책이라고 해봐야 20권 정도 되는 책이 전부였지만 한 권 한 권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충격으로 읽은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였습니다. 끝없이 미궁으로 치닫는 스토리가 갑자기 개미로 이어지면서 엄청 놀랐습니다. 이렇게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 시리즈로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읽은 책이 <베니스의 개성상인>이었습니다. 한복을 입은 그림을 모티브로 해서 픽션을 가미한 소설이었습니다. 조선인이 노예로 팔려 유럽까지 가서 성공했다는 가정하에 쓰인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었습니다. 지금도 역사에 흔적을 찾아 픽션을 가미한 소설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때 이 책은 초 베스트셀러로 기억됩니다. 얼마전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다시 만났습니다. 군대에서 읽었던 추억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르는 경험을 했네요.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입대한 후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전공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대략 문학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임과 밤에 근무를 서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랭보>를 들었고 <보들레르>를 배웠습니다. 그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신세계 같았습니다. <아벨라르와 수녀 엘로이즈>의 사랑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납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과 문학 이야기는 대공 근무를 재미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휴가 나가는 후임들에게 책을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작가중에 경요라는 중국 작가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사람의 러브스토리가 좋아서 돌려가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제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그냥 재미로 읽었나 봅니다. 제목이 주로 한자로 되어 있으니 그게 그 책 같아 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군대를 제대한 후에는 그의 작품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네이버에 검색하고 로맨스 소설의 대부격으로 추앙되고 있는저라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생각보다 집필한 소설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소대에 비치된 책 중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손에서 나오는 기를 이용한 치유법입니다. 기라고 하는 에너지로 아픈 곳을 고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설마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책으로 인해 기의 세계를 경험해 보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테스트해본다고 화장실에 앉아서 여기저기 대보기도 했을정도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는 잠시 공부까지 하게됩니다.


당시 유행하던 책 중에 하나는 <퇴마록>이었습니다. 잘 읽지 않을 판타지 소설 중에 하나였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책은 잘 안 읽게 되는데 그때는 이마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전권이 없었기에 한 권 정도 읽고 포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웹툰이나 웹소설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그때 판타지를 읽지않은데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잘 읽어두었다면 지금쯤 웹소설에 도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시드니 셀던이 쓴 추리 소설책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추리소설은 그때 이후로 읽은 기억이 없지만 덕분에 몇권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저자의 이름만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군대에선 구비되어 있던 책을 읽다 보니 오히려 다양한 장르를 읽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 휴가에서 가지고 들어오면 그 책은 그달의 읽을 책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때 소설을 읽은 후 오랫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