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에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나니 6시가 지나버렸다. 공주까지 국도로 한 시간. 서둘러 차를 몰았다. 평소보다 속도를 높여 서둘렀다. 난생처음 들어가는 도시, 공주는 따뜻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었다.
일단 <루치아의 뜰>은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주차를 할 수 없을 거란 걸 쉽게 알 수 있었다.빨리 공용 주차장을 찾았다. 멀지 않은 곳에 주차를 하고 서둘러 걸었다. 길 안내 내비게이션을 켜고 따라 걸었다. 농협을 지나자 <루치아의 뜰>이란 간판이 나타났다. 그제서야 시간 안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골목 안쪽에 위치한 카페는 따뜻한 한옥 그대로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골목 그대로의 모습. 골목 바닥에 그려진 오징어 그림, 아무도 없다면 한 번쯤 깽깽이로 숫자에 발을 들여놓았을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들은 여유 있게 시작하는데, 미쿡에서 온 사람이라 그런지 시간 전에 시작한 모양이다.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메우고 있었고 사회자는 작가님을 소개하고 있었다. 블로그에서 봤을까? 사회자가 무척이나 낯익다는 생각을 했다.
에어컨 나오는 환한 실내는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서 온 가족분들이 자리를 잡은 듯 했다. 나태주 선생님의 지인들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늦었지만 뒤에서 사진도 한 장 남기고 주위를 둘러보며 아는 인물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아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생각지도 대표님 정도는 알지 않을까? 문제는 얼굴을 모른다. 눈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대표님으로 보였다. 인연이 있다면 분명 서로를 알아보겠지?
바깥 천막아래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조금은 습하고 더운 저녁이었지만 가까이 돌아가는 선풍기와 시원한 차 한잔 덕분에 나름 즐길만한 북토크 시간을 보냈다. 무대 가까이 안쪽에서 삼각대에 핸드폰을 꼿아 열심히 중계하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출판사 대표님일 거라는 것을 알았다. 중간에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도 나를 금방 알아보곤 웃으며 인사를 보냈다. 사람이 많아도 알아볼 사람은 쉽게 알아볼 수 있음이 참 신기하다.
인스타 라이브와 실제 라이브를 번갈아 들어가며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곳에서 혼자만의 북토크를 즐겼다. 군중 속의 외로움이란 이런 느낌일 것이다. 나태주 선생님은 생각보다 말씀을 참 재미있게 하는 분이구나. 위트와 재치가 넘쳐나기에 시를 쓰는구나. 나도 저런 모습으로 세월을 먹어가면 좋겠구나.
두 작가님의 콜라보를 보며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 축복이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목표가 맞아 같이 가는 것도 좋지만 같은 추억과 정감을 가진 사람들과 같이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사인회를 하는 사이에 작가님께 인사를 했다. 옆에서 사회자분이 놀라며 물었다.
"혹시 하늘혼님 아니세요?"
"책세수미카님이시죠?"
블로그에서만 마주친 사이인데도 서로를 이렇게 쉽게 알아보다니. 생각해 보면 나와 가장 가까이 사는 블로그 이웃이다.만났다면 가장 먼저 만났을 사이. 두 번째로 가까이 살던 이웃을 한 번도 못 만난 채 보내고 나니이렇게라도 뵌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북토크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 인연들을 만나러 온 듯하다. 생각지도 출판사 대표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지만, 서울에서 한가하게 다시 뵙기로 했다.
며칠 후 인스타그램에서 내가 올린 북토크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 이가 있었다. 따라 들어가 보니 그날 참석자인 모양이다. 그녀 역시 나태주 선생님과 아주 친한 작가님으로 보였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서 희미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인사를 나누었다. 임 작가님이 더 선명하게 찍힌 내 사진을 개인적으로 다시 보내주셨다.
한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주변 사람을 또 알게 되고
어느덧 친하다는 생각이 들고
처음 사람 없이도 만나는 사람이 되고 나면
처음 사람이 묻는다.
두 사람은 어떻게 아는 사이냐고?
그러게 우리도 잘 모르겠다.
원래 알던 사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