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해 Aug 15. 2022

우리 아이 구안와사 치료기(2)

신경외과에 다녀와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주위에서는 침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꼭 침을 맞아야 하나? 신경과 선생님은 아이가 침이 무서워 병원을 기피할 수 있다고 귀띔해주셨다.

블로그에 수나의 상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일 차

눈이 안 감기는 오른쪽 눈을 반창고로 붙여야 각막이 마르지 않는다고 하셨다. 종이 반창고로 붙여 재웠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얼굴이 부었다.  반창고 자국까지 얼굴에 남아, 영~ 아픈 사람 얼굴 같았다

오늘 저녁엔 안대를 씌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수나 얼굴을 다시 관찰했다.

눈이 감긴다.  어제는 하나도 안 감겼는데, 오늘은 반 이상 감긴다.

입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하루 동안 익숙해졌는지 말하거나 껌 씹거나 문제없이 하고 있다. 

안대 없이 자도 문제없을 정도로 눈을 감고 잔다.  오늘 이 정도 발전한 것만으로 매우 감사하다 

눈을 감고 잘 수 있다니 와~ 



3~4일 차

침을 맞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렇게 초기에 침 치료로 한 번에 낫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침이 효과가 좋다는 말을 계속 듣고 있다.  아침 선배와 이야기하는 중에도, 선배는 침이 좋을 것 같은데~더 이상 미루지 말기로 했다 수나가 엄청 울겠지만 지금은 낳는 것이 우선 아닌가


집 근처에 있는 꽤 유명한 한방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았다.

" 아이가 침을 견딜 수 있을까요? " 

라고 오히려 내게 물으신다 

" 글쎄요, 의사 선생님이 잘 꼬셔주시길 바랄 뿐이에요 "

진료가 시작되었다. 

현상태를 보기 위해, 눈썹 올리기, 아에이오우 등을 시켰고,

최선을 다했으나, 원하는 대로 근육을 쓰지 못했고, 나와 수나의 고모 그리고 수나까지  괴롭지만 그 영상을 앞뒤로 멈춰가며 설명을 들었다.

앞으로 우리의 완치는 입술로 동그랗게 오~를 만들어 휘파람을 불 정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주사 형태의 침과 우리가 아는 한 방침 두 종류를 맞고, 전기로 자극을 주는 치료를 받았다. 


"아프다""정말 아프다" " 왜 이렇게 아프지" 

" 악~ 악~ 끄윽 끄윽 아~~~~~~~~~~악 "

수나의 통곡소리를 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고 못 봐주겠다. 주사는 순식간이나 고통은 영원한 듯했다.

셋째 날은 그렇게 수나가 침을 맞고 심신이 지쳤다 

간호사가 급히 구해온  츄파춥스가 수나의 심정을 달랠 뿐이었다

    


다음날도 대성통곡 잠시 그리고 수나는 두 번째 침 치료를 훌륭하게 마쳤다.

다급히 사탕을 찾던 그 간호사님과 데스크 간호사님이 비요뜨와 초콜릿을 준비해 놓으신 덕에 수나는 잘 참아내고 있었다.


수나의 증상은 눈은 뜨고 있을 때는 차이가 없다. 눈 깜빡임 속도의 차이가 있는데

아픈 눈은 정상 눈의 40% 수준은 되는 것 같다입은 풍선을 불지 못한다. 그래서 플루트도 한 달 뒤로 미뤘다.

웃을 때 제대로 확 삐뚤어지는 상태로 봐서는 입 쪽 기능은 정상의 10% 기능도 안된다 

입 쪽 침이 제일 아픝텐데.. 입 치료를 더 열심히 받아야 할 것 같다

저녁에 친구들이 태권도장 가는 것 보고, 다시 태권도장 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2주간만 쉬자~ 너는 지금 쉼표야~ 


처음 당황스럽고, 세상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금은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져서 우리 가족 모두 웃음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들 다 응원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1주 차 

마비된 눈의 깜박임이 다소 빨라졌다, 그래도 정상보다는 많이 느리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수나의 얼굴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냥 정상으로 보인다. 입은 여전히 웃을 때 삐뚤다. 발음이 샌다 

웃을 때도 실컷 웃지 못한다. 바람이 새서 그냥 비웃는 듯이 들린다.  

비웃는 다고 오해하기 딱 좋아서 좀 걱정된다. 하하하 못하고, 허~엉 이런 느낌으로 웃는다

그래도 웃을 일이 있어서 다행이다. 주사 맞은 부위 (이마, 광대, 턱, 입 주변)의 통증을 호소한다.


웃긴 엉덩이 춤도 추고, 손으로 스웩 포즈도 하고 많이 개구쟁이가 되었다.

학원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다.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은 월요일에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계속 안보내면 상사병 걸릴 것 같다.  수나 이렇게 뭔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나 싶다.

주말에는 그냥 턱스크로 다닌다.  이제 수나도 비뚠 얼굴을 받아들이고 애써 가리지 않는다. 


2주 차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마비로 삐뚤어진 얼굴을 뇌가 진짜의 얼굴로 인식하고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침과 주사를 지난주까지 주 4회를 맞다가, 이번 주는 주 3회로 줄었다.

그리고 도수 치료처럼 입을 제자리로 돌리고, 눈을 꾹 눌러주는 마사지를 하고 있다.


열 번도 넘게 얼굴에 주사를 맞고 있지만, 맞을 때마다 꺼억 꺼억 같이 동행한 고모의 가슴이 찢어진다. 

울기를 마치고, 침 전기 치료를 하면 다시 침착한 수나로 돌아오는데,  열 살 갓 넘은 아이라고는 너무 어른스럽다.  치료 2주째, 입은 정말 제대로 잘 안 돌아온다.

처음은 입도 조금씩 자리를 잡는 듯 보였으나, 실제로 웃거나 말할 때 치우친 입을 보면 호전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상당히 밝아진 수나는 일상을 보내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5 주면 그래도 돌아올 것 같다는 선생님 말만 믿고 있다.

그걸로 따지자면 3주 남았다.  수나의 예쁜 사진을 올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학 얼마 만에 영어가 터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