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에 다녀와서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주위에서는 침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꼭 침을 맞아야 하나? 신경과 선생님은 아이가 침이 무서워 병원을 기피할 수 있다고 귀띔해주셨다.
블로그에 수나의 상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일 차
눈이 안 감기는 오른쪽 눈을 반창고로 붙여야 각막이 마르지 않는다고 하셨다. 종이 반창고로 붙여 재웠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얼굴이 부었다. 반창고 자국까지 얼굴에 남아, 영~ 아픈 사람 얼굴 같았다
오늘 저녁엔 안대를 씌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수나 얼굴을 다시 관찰했다.
눈이 감긴다. 어제는 하나도 안 감겼는데, 오늘은 반 이상 감긴다.
입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하루 동안 익숙해졌는지 말하거나 껌 씹거나 문제없이 하고 있다.
안대 없이 자도 문제없을 정도로 눈을 감고 잔다. 오늘 이 정도 발전한 것만으로 매우 감사하다
눈을 감고 잘 수 있다니 와~
3~4일 차
침을 맞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렇게 초기에 침 치료로 한 번에 낫는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침이 효과가 좋다는 말을 계속 듣고 있다. 아침 선배와 이야기하는 중에도, 선배는 침이 좋을 것 같은데~더 이상 미루지 말기로 했다 수나가 엄청 울겠지만 지금은 낳는 것이 우선 아닌가
집 근처에 있는 꽤 유명한 한방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았다.
" 아이가 침을 견딜 수 있을까요? "
라고 오히려 내게 물으신다
" 글쎄요, 의사 선생님이 잘 꼬셔주시길 바랄 뿐이에요 "
진료가 시작되었다.
현상태를 보기 위해, 눈썹 올리기, 아에이오우 등을 시켰고,
최선을 다했으나, 원하는 대로 근육을 쓰지 못했고, 나와 수나의 고모 그리고 수나까지 괴롭지만 그 영상을 앞뒤로 멈춰가며 설명을 들었다.
앞으로 우리의 완치는 입술로 동그랗게 오~를 만들어 휘파람을 불 정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주사 형태의 침과 우리가 아는 한 방침 두 종류를 맞고, 전기로 자극을 주는 치료를 받았다.
"아프다""정말 아프다" " 왜 이렇게 아프지"
" 악~ 악~ 끄윽 끄윽 아~~~~~~~~~~악 "
수나의 통곡소리를 들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에고 못 봐주겠다. 주사는 순식간이나 고통은 영원한 듯했다.
셋째 날은 그렇게 수나가 침을 맞고 심신이 지쳤다
간호사가 급히 구해온 츄파춥스가 수나의 심정을 달랠 뿐이었다
다음날도 대성통곡 잠시 그리고 수나는 두 번째 침 치료를 훌륭하게 마쳤다.
다급히 사탕을 찾던 그 간호사님과 데스크 간호사님이 비요뜨와 초콜릿을 준비해 놓으신 덕에 수나는 잘 참아내고 있었다.
수나의 증상은 눈은 뜨고 있을 때는 차이가 없다. 눈 깜빡임 속도의 차이가 있는데
아픈 눈은 정상 눈의 40% 수준은 되는 것 같다. 입은 풍선을 불지 못한다. 그래서 플루트도 한 달 뒤로 미뤘다.
웃을 때 제대로 확 삐뚤어지는 상태로 봐서는 입 쪽 기능은 정상의 10% 기능도 안된다
입 쪽 침이 제일 아픝텐데.. 입 치료를 더 열심히 받아야 할 것 같다
저녁에 친구들이 태권도장 가는 것 보고, 다시 태권도장 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2주간만 쉬자~ 너는 지금 쉼표야~
처음 당황스럽고, 세상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금은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져서 우리 가족 모두 웃음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들 다 응원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1주 차
마비된 눈의 깜박임이 다소 빨라졌다, 그래도 정상보다는 많이 느리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수나의 얼굴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냥 정상으로 보인다. 입은 여전히 웃을 때 삐뚤다. 발음이 샌다
웃을 때도 실컷 웃지 못한다. 바람이 새서 그냥 비웃는 듯이 들린다.
비웃는 다고 오해하기 딱 좋아서 좀 걱정된다. 하하하 못하고, 허~엉 이런 느낌으로 웃는다
그래도 웃을 일이 있어서 다행이다. 주사 맞은 부위 (이마, 광대, 턱, 입 주변)의 통증을 호소한다.
웃긴 엉덩이 춤도 추고, 손으로 스웩 포즈도 하고 많이 개구쟁이가 되었다.
학원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했다.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은 월요일에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계속 안보내면 상사병 걸릴 것 같다. 수나 이렇게 뭔가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나 싶다.
주말에는 그냥 턱스크로 다닌다. 이제 수나도 비뚠 얼굴을 받아들이고 애써 가리지 않는다.
2주 차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마비로 삐뚤어진 얼굴을 뇌가 진짜의 얼굴로 인식하고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침과 주사를 지난주까지 주 4회를 맞다가, 이번 주는 주 3회로 줄었다.
그리고 도수 치료처럼 입을 제자리로 돌리고, 눈을 꾹 눌러주는 마사지를 하고 있다.
열 번도 넘게 얼굴에 주사를 맞고 있지만, 맞을 때마다 꺼억 꺼억 같이 동행한 고모의 가슴이 찢어진다.
울기를 마치고, 침 전기 치료를 하면 다시 침착한 수나로 돌아오는데, 열 살 갓 넘은 아이라고는 너무 어른스럽다. 치료 2주째, 입은 정말 제대로 잘 안 돌아온다.
처음은 입도 조금씩 자리를 잡는 듯 보였으나, 실제로 웃거나 말할 때 치우친 입을 보면 호전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상당히 밝아진 수나는 일상을 보내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5 주면 그래도 돌아올 것 같다는 선생님 말만 믿고 있다.
그걸로 따지자면 3주 남았다. 수나의 예쁜 사진을 올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