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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낮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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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Oct 09. 2024

어느 노부부 이야기

픽션 드라마

   

두 번째 방문하면 단골손님입니다. 저는 단골손님을 상당히 환대합니다. 그리고 고마워합니다. 사람은 마음이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표정, 태도, 말투에서 다 드러납니다.      


음식을 받았을 때 ‘와, 좀 더 신경 썼구나.’ 이런 것도 다 느낍니다. 야채 하나라도 더 담아 수북이, 모든 걸 신경 쓰고 정성을 곁들여 나가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고 또 오고 싶어 지죠. 단골에게는 더 잘해야 합니다.      

오픈할 때부터 오시던 노부부님이 계셨습니다. 이렇게 잘생긴 할아버님도 계시는구나, 제 눈엔 영화배우 정도였습니다. 할머님이랑 항상 손을 꼭 잡고 오셔서 처음에는 남자친구, 여자 친구 사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부부셨어요. 할머님이 걷기가 좀 불편하셔서 그렇게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으시는 거였더군요. 코로나 시국에 오픈한 음식점에 일주일에 두세 번 일정한 요일에 오셨습니다. 할아버님은 키오스크도 척척 하시고, 그 당시 코로나 QR코드 하는 것도 폰에 저장해 오셔서 척척 찍고 하셨어요. 할아버님은 항상 덮밥을, 할머님은 멸치국수를 드셨습니다. 요일도 같고 메뉴도 같았죠. 좀 멀리서 산책 삼아 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때 손님이 없으면 “왜 사람이 없나” 걱정도 해 주시고 명절 땐 “추석 잘 보내요” 하고 가셨습니다. 할머님은 늘 인자하게 웃으시며 맛있다고 해 주셨어요.      


어느 날은 할아버님이 ‘혼자’ 오셔서 그동안 드시지도 않던, 할머님이 늘 드시던 멸치국수 한 그릇을 드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직원들과 얘기 나누며 놀다가 할아버님 가시는 것도 못 보고, 왜 혼자 오셨는지 여쭈어보는 것도 놓쳤어요. 어느새 드시고 바람처럼 가셨더라고요.     


그 후로 노부부님이 안 오셨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눈물까지 났습니다. 자주 오셨고, 연세가 많으셨고, 장사가 안되나 걱정도 해주시고, 딸처럼 여겨주셔서 정(情)이 든 거죠.       


그렇게 몇 달인가 흐르고, 노부부님이 며느리랑 셋이서 오셨습니다. 할머님이 등에 굵고 큰 것을 대고 오셨어요. 척추를 다치셨대요. 여하튼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들르셨습니다. 제 걱정이 물거품이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2년여 동안 한결같이 격려해 주시고 맛있다고 해주셨던 단골손님이십니다. 그 후로 제가 혼자 하면서, 영업일이 들쭉날쭉 불규칙했습니다. 오시기가 힘드셨을 겁니다. 기억에 남는 멋있는 분들이십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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