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립되었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포인트 니모 Point Nemo

by Nova B Jan 27. 2025

이곳의 좌표는 남위 48도, 서경 123도. 지구에서 인간이 고립될 수 있는 가장 외진 지역이다. 이곳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섬은 2,688KM나 떨어진, 모아이 석상으로도 유명한 이스터 섬의 모투 누이(Motu Nui) 섬이다. 서울과 부산을 3번이나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이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거주하는 곳은 우주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다. 이곳은 바로 포인트 니모(Point Nemo)이다.

라틴어인 니모(Nemo)는 'not'을 뜻하는 Ne와 생물학적 분류로 사람 속을 의미하는 Homo가 합쳐진 단어로 아무도 없다(No One, Nobody)'는 뜻이다. 즉 Point Nemo는 '아무도 없는 지점'이라는 뜻이 된다. 이곳의 위치를 살펴보면 지구 대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이다.

(Ne의 어원을 살펴보면 이렇다. '협상하다'라는 뜻의 negotiate는 not을 뜻하는 ne와 leisure라는 뜻의 otium이 합쳐진 단어로 협상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고 '레저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유래되었다. 또한 '무시하다'라는 뜻의 Neglect는 not을 뜻하는 ne와 '고르다'라는 뜻을 가진 legere가 합쳐진 단어로 '고르지 않은 -> 무심한'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

포인트 니모의 정식명칭은 해양도달불능점(Oceanic Pole Inaccessibility)이다. 하지만 이곳의 또 다른 별명은 SpaceCraft Cemetery, 우주선 묘지다.

유엔우주사무국에는 2020년 11월 15일 기준 1만 93개의 인공 우주물체가 등재되어 있다. 미국 비영리 과학 시민단체 UCS(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에 따르면 2020년 7월 31일 기준 실제 활동 중인 인공위성은 2787대라고 한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소형 인공위성 1만 2천 개를 띄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마존의 CEO였던 제프 베조스 또한 블루 오리진에서 3236개의 위성을 발사해 기가바이트급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카이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5G, 6G의 차세대 이동통신의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각 국가들 또한 우주인터넷 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위성은 한 번 쏘면 영원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은 문제를 일으킨다. 우주 쓰레기가 되어 새로운 인공위성이 자리 잡을 궤도를 차지하거나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인공위성과 충돌하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이 충돌로 발생한 파편들이 통제되지 않는 상태로 지구로 떨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2021년 4월 29일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에 필요한 모듈을 실어 '창정 5B호' 발사했는데, 정상적으로 모듈은 안착시켰지만 22t의 로켓이 통제불능 상태가 되어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창정 5B호는 인도양으로 떨어져 사람들에게 끼친 피해가 적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주 쓰레기의 잔해가 대륙에 떨어진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에 임무를 다했지만 아직 통제가 가능한 인공위성은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시키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만에 하나의 경우를 고려하여 파편이 떨어지더라도 가장 안전한 곳에 떨어지도록 추락시킨다. 그곳이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인류로부터 고립된 장소, '포인트 니모'이다. 이곳은 주변 바다보다 수온과 수위가 낮아 영양분이 풍부한 다른 바다의 해류와도 잘 섞이지 않아 바다 생물도 적다. 물류를 옮기는 선박의 항로와도 제일 겹치지 않는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