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사랑에 슬퍼하는 우리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게 아니었는데.’
‘그때 고백했다면 사귈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이렇게 놓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살아간다. 때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방적 이별통보를 받기도 하고, 때론 시작도 못한 짝사랑으로 끝나버리곤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영화 <어바웃 타임> (리차드 커티스, 2013)
하지만 영화 <어바웃 타임>의 남자 주인공 팀(도널 글리슨)은 그렇지 않다. 팀의 집안은 대대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을 갖고 있고, 이 초능력을 이용해 여주인공 메리 (레이첼 맥아담스)에게 대시한다. 메리가 올만한 장소에 가서 기다렸다 그녀를 만나지만, 그녀는 이미 그 사이 남자 친구가 생긴 후였다. 우리였다면 이대로 놓친 사랑에 슬퍼했겠지만 우리의 능력자 팀은 그렇지 않다. 팀은 과거로 돌아가 그녀가 올만한 장소에 가서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대시를 하고 사귀는 데 성공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데이트 도중에 메리가 조금이라도 실망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과거로 돌아가 고쳐 나가며, 메리만의 퍼펙트맨이 되어간다. 첫 관계에서도 여러 번 과거로 돌아가 결국 '완벽해'라는 칭찬을 받아낸다. 이 정도면 반칙이다. 초능력을 이용해 메리 같은 미녀의 마음을 사로잡다니 팀이 너무 얄밉게 느껴진다.
팀과 같은 초능력을 갖고 있던 아버지는 ’평범한 하루를 살 것, 그리고 하루를 다시 살아볼 것'이라는 유언을 남긴다. 팀은 아버지의 능력대로 모든 날을 두 번씩 살아간다. 그리고 첫 번째 날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과 여유를 두 번째 날에서 발견하게 된다. 감독은 우리에게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되돌릴 수 없는 우리의 인생
시간여행 영화는 대부분 비슷한 결말이다. '시간여행이 없어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당신의 현재에 충실해라.' 등이다. 리차드 커티스 감독 역시 이 교훈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우리에게는 냉혹한 현실이 찾아온다. 우리는 여전히 놓친 사랑을 그리워하며, 주변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아간다. 하지만 자책할 필요는 없다. 시간여행이라는 초능력이 없는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니까. 우리의 인생은 사랑도 일도 모두 예행연습이 없고 모든 게 실전이다. 사랑을 다시 바로 잡을 기회도 업무 실수를 바로 잡을 기회도 없기 때문에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시간여행이라는 환상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