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도서추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성공의 가장 좋은 점은 돈이나 명예 그 자체가 아니라, 더 이상 성공한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버스에서 우는 것보다는 재규어에서 우는 편이 더 낫다."
- 프랑수아즈 사강
- 시간이란 마치 길들여야 할 한 마리 나태한 짐승 같지 않은가.
- 그(시몽)는 잘못 알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불행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 그날 밤 초인종 소리를 듣고 시몽에게 문을 열어 주었을 때, 그의 짙은 색 넥타이와 불안이 감도는 눈빛과 그토록 삶에 응석을 부리고도 더 받을 게 있다는 듯 몸 전체에서 풍기는 커다란 환희와 난처해하는 태도를 보았을 때에는 그의 행복을, 자신이 그에게 준 행복을 공유하고 싶었다. “여기 내 몸이 있어요, 내 열정과 애정이 있어요. 이것은 내게는 아무 소용이 없지만 당신에게 준다면, 나로 하여금 다시 사는 맛을 느끼게 해 줄지도 모르죠”
- ‘여자가 쓰는 말을 문제 삼기 시작하는 건 끝이 가까워졌다는 얘긴데’
- 그녀 자신은 또다시 고독 속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면서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상처들을 입게 되리라.
- 그녀는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 아름다운 슬픔, 그토록 격렬한 슬픔을 느끼는 그가 부러웠다.
<<작품 해설 중>>
“예술의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위대한 문학이 삶과 밀착되어 있다고 믿게 하지만, 진실은 그 정반대이다. 삶이 무형적이라면, 문학은 형식적으로 잘 짜여있다.”
“지성이란 그 무엇에, 특히 말에 속지 않는 것”
사강의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덧없음이다. 실제로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두죠.”
“사랑에 세월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견디게 해 주는 것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프랑수아즈 사강
이혼경력이 있는 39살 여자 주인공 폴, 그리고 그녀와 연애한 지 육 년이 된 자유를 항상 갈망하는 연상 남자 친구 로제, 첫눈에 폴에게 사랑에 빠져버린 스물다섯 어린 시몽 이 세 명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폴은 고객의 인테리어 오더로 인해 업무상 들리게 된 집의 아들인 시몽과 마주치게 되고 폴에게 시몽의 첫인상은 그저 추레하고 시답잖게 느껴진다. 다만 그가 잘생겼다는 것뿐 시큰둥하였다. 하지만 시몽은 폴과 마주친 이래 사랑에 빠져 폴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자유로운 영혼인 무심한 로제와의 연애에 외로움을 느낀 폴은 그의 애정에 고독함 덕인지 모를 의존 감에 따라 시몽과 잠시간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폴과 로제는 서로 방황의 시간을 가지게 되며 결국 그 시간들이 서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을 인지한 후 서로에게 어쩔 수 없는 안정감을 느끼며 재회하게 된다.
다만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로제는 자유롭고 폴을 고독하게 만들 그이며, 폴 그녀 또한 그것을 알고 있다.
삼각관계로 그려지는 연애소설?이다. 나도 삼십 대를 맞이하면서 요즘 들어 연하남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인데, 소설 속 폴이 내심 부럽기도 하였다. 패기 넘치고 어리고 생기발랄한 잘생긴 연하남이라니. 다만 나는 6년간 연애를 이어가 본적도, 39살이라는 나이를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폴이 그럴 수밖에 없는 그 감정을 곧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약간의 부러움을 느끼면서 읽었고 마지막 순간 결국 폴의 집에서 짐을 싸는 시몽이 너무 짠하고 안돼 보였다. 소설을 읽는 내내 폴이 로제에 있어서 너무 아까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로제는 정말 나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6년간의 연애 라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있다지만, 그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폴도 인지하면서 그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만약 내 친구였다면 쓴소리를 몇 번 해주었을 것이라고 되뇌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의욕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쏟아낼 힘이 남아있고 사랑에 있어서 용감하고 열정적일 수 있는 그 어린 시몽이 부러웠다. 나는 사실 폴에게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그 감정에 못 이겨 폭발되듯 터져 나오는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난 언제 저렇게 흥분하고 울고 진심으로 웃어보았는지 점점 잊고 살아가는 듯하다. 그래서 소설 속 폴도 그러한 시몽이 인간적으로 부러웠고, 자신은 너무 늙었다고 생각한다. 외관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세월은 무시하지 못하는 듯하다. 나는 요즘 항상 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이런저런 경험들이 쌓여가면서, 가끔은 AI 로봇처럼 변해가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누군가 울고 있는 것을 보면 안 됐다기보다는 오히려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참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다 (물론 너무 안 좋은 일을 겪어 슬피 우는 경우는 열외이다). 까르르하며 웃는 사람도 당연하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가도 그들이 부럽다. 나도 기분이 좋고 우울하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그 감정들이 옛날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은 느낌이다.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모르겠다. 나쁠 것은 없지만 딱히 좋은지도 모르겠다.
결국 시몽과 관계를 정리하고 폴과 로제는 재회하지만 마지막 로제의 한마디로 인해 이전과 다르지 않은 로제의 무심함, 자유로움, 그리고 폴의 예정된 고독으로 마무리된다. 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본인 팔자 본인이 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사강은 24살이라는 나이에 사랑에 있어서 이런 현실적인 감각을 지니다니 작가라는 재능과 감성이라는 것이 참 타고나는 거구나 싶어 경이로움을 느꼈다.
사강이 그동안 인터뷰 한 내용들을 보면 특유의 쿨함과 현실적이고 솔직한 내면을 가감 없이 발휘하는 것들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많은 좋은 작품들을 남기고 그로 인해 얻은 부로 도박 마약 음주 사치에 빠져 방랑하게 보내다 끝내 사망한 사강을 보며 참 화려하게 살다 갔구나 싶다.
개인적인 해석과 느낀 점을 표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