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져버린다. 이불을 끌어올린다. 포근하게 감싸지는 느낌이 팔과 다리를 나른하게 만든다.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배경화면에 뜬 이름이 어색하다. 연락이 끊겼던 친구 이름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진동. 점점 더 커지며 나에게 다가온다. 왜?라는 한 글자가 머리에 빙빙 떠돈다. 결국, 이불속을 박차고 전화를 받는다.
며칠 전에 친구가 꿈에 나왔다. 친구는 내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갑자기 내 손을 뿌리치며 힘차게 뛰어갔다. 그 끝에는 절벽이 있었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달음박질을 하며 뛰어올랐다. 몸이 붕-하고 뜨다가 순식간의 느낌으로 추락했다. 너무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가, 급하게 다시 떴다. 친구는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 추락하면서 날고 있는 것 같았다. 무려 5분 동안이나 계속해서 계속해서. 멀어지는 동안 너는 정말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너의 그런 웃음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그런 웃음은 처음인 것 같기도 했다. 떨어지는 동안 춤을 추는 듯, 날갯짓을 하는 듯, 수영을 하는 듯했다. 그저 바라보았다.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꿈이 생생했다. 떨어지는 꿈은 키가 크는 꿈이라던데. 내가 키가 크려나? 친구가 키가 크려나? 이상했다. 왜 떨어지면 키가 크는 걸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건 무섭고 아찔한 일인데. 그런데도 키가 자라난다고? 어째서일까. 친구는 잘 살고 있을까. 키가 조금 컸을까. 아니면 똑같을까.
나는 사실 용서하고 싶고, 용서를 구하고 싶을지 몰라. 상처받을까 두려워. 그럼에도 내 마음이 한 뼘만 자라났으면 좋겠어. 커졌으면 좋겠어. 너의 환한 얼굴을 정말 오랜만에 봤어. 그렇게 환한 얼굴은 처음 보았어. 나는 가끔씩 기도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너는 어디서든 씩씩하고 잘 살아내기를 바란다고.